야권, 김무성 탄핵 가세 환영
개헌 추진엔 엇갈린 반응
야권은 23일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의 대선 불출마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입장 표명을 환영했지만, 개헌 추진에 대해서는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야권은 이날 김 전 대표의 기자회견에 대해 “대선 전선에서 후퇴하고 탄핵전선으로 왔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새누리당이 민심을 외면할 수 없고, 이 사태에 강한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며 ‘여당 공범론’도 부각시켰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여러 곳에서 주도해 합치면 더 좋다”고 호응했다.
그러나 김 전 대표가 개헌 드라이브를 거는 데 대해서는 온도 차를 보였다. 정치권에선 김 전 대표가 개헌 깃발을 들게 되면, 비박과 비문 진영이 연대하는 정계개편 시나리오까지 거론되고 있다. 차기 대선주자로 지지율 선두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 측에선 결코 반갑지 않은 그림이다.
이를 의식한 듯 문 전 대표는 “제왕적으로 군림한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 대통령과 달리,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은 힘이 없었다”며 “우리 헌법에 고쳐야 할 대목이 많긴 하지만 헌법이 무슨 죄가 있냐”며 개헌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당직을 맡고 있는 민주당 재선 의원도 “대통령이 선제적으로 꺼내든 개헌 카드는 이미 오염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당내에선 탄핵 절차가 이제 시작되는 단계에서 조기 개헌을 운운하는 게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보고 선을 긋는 분위기다.
그러나 비문 진영으로 분류되는 한 민주당 의원은 “탄핵안만 헌재로 넘기면 여의도가 정국 수습을 위해 국민들에게 제시할 대안이 없다. 결국 개헌을 고리로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민의당은 김 전 대표의 개헌 드라이브로 ‘제3지대’의 주도권을 빼앗길까 촉각을 세우는 모습이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은 “일부에선 새누리당 탈당파들과 함께 국민의당이 제3지대를 구성하느냐는 얘기를 하고 있는데, 제3지대 중심 축은 국민의당이다. 정체성이 맞는 분들의 입당을 환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박 위원장은 “그 분들이 제4지대, 또는 원내교섭단체 구성 정도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제4당의 태동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한편 김 전 대표의 대선 불출마에 대한 나머지 차기 주자들의 반응도 엇갈렸다. 김부겸 민주당 의원은 “김영삼 전 대통령의 후계다운 절도 있는 정치를 보여줬다”고 추켜 세운 반면, 이재명 성남시장은 “불출마가 아니라 정계은퇴로 책임져야 한다”고 쏘아 붙였다. 박 위원장은 “아쉬운 생각이 있다”면서도 “정치는 생물이니 변화가 있을지 모르겠다”고 여운을 남겼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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