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 반복 대통령제 끝내야”
분권형 대통령제나 내각제 추진
“총리 뜻 품어” 시나리오 거론도
대선 앞 논의 불붙을지 주목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가 23일 대통령 꿈을 버리는 대신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천명하면서 잦아들던 개헌 논의가 다시 불타오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장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 추진, 최순실 게이트 특검 수사와 국회 국정조사 등으로 개헌 추진의 동력이 달린다는 게 대체적 평가다. 하지만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개시 이후 대선 국면이 본격화하는 상황에서는 개헌을 고리로 한 정계개편 압력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다.
김 전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제 폐지’를 위한 개헌 추진에 남은 정치인생을 걸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지금 7명째 대통령이 5년마다 한 번씩 비극을 반복하고 있다”며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끝으로 다시는 국민에게 괴로움을 끼치면 안 되고, 그 문제 해결 방법은 개헌”이라고 강조했다.
김 전 대표는 정치권의 대표적 개헌론자다. 당 대표에 선출된 직후인 지난 2014년 10월 중국 방문 때는 이원집정부제 개헌에 찬성한다는 뜻을 밝히는 ‘상하이 개헌’ 발언으로 청와대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김 전 대표가 박 대통령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하는 시점에 개헌 추진 발언을 한 것은 정치적 승부수로 봐야 한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국회의 탄핵안 처리를 전후해 새누리당 탈당ㆍ분당 사태 발생 가능성이 높은 만큼, 개헌을 고리로 한 정계개편 과정에서 주도권을 쥐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대권 포기 선언을 한 만큼 자연스럽게 분권형 대통령제 또는 내각제에서의 총리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유력한 대선 후보가 대선에 안 나가겠다고 하면 정치를 그만하겠다는 뜻”이라며 “그런데도 굳이 개헌을 언급하는 건 개헌 후 총리가 될 여지를 남겨 둔 게 아니겠냐”고 말했다.
당장 야권에서도 이원집정부제나 내각제 개헌에 동의하는 세력이 적지 않다. 특히 정세균 국회의장과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등이 개헌 정국에서 우군이 될 수 있다. 정 의장과 여야 3당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정국 수습책 마련을 위한 만찬 회동에서 내년 1월 중 국회 개헌특위를 설치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다른 후보를 압도할 만한 유력 차기 대선주자가 없어 개헌의 압력이 높다”며 “실제 개헌이 이뤄질지는 예단할 수 없지만, 새누리당 분당 사태와 맞물린다면 개헌을 고리로 여야 정치권이 이합집산 시도가 어느 때보다 활발해 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새누리당 정두언·김정권·정문헌·정태근·김동성·박준선·이성권·김상민 전 의원 등 8명은 이날 동반 탈당했다. 전날 남경필 경기지사와 김용태 의원에 이은 두 번째 집단 탈당이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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