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최씨-삼성 이어지는
제3자 뇌물죄 혐의에 결정적인
‘부정 청탁’ 확인 수순인 듯
검찰이 23일 국민연금공단과 삼성 미래전략실 등에 대한 동시 압수수색에 나선 것은 결국 박근혜 대통령의 제3자 뇌물수수 혐의까지 파헤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거듭된 대면조사 요청을 거부당한 데 이어, 최근 최순실(60ㆍ구속기소)씨 등에 대한 수사결과 발표를 두고 청와대가 ‘사상누각’이라며 강하게 반발하자 검찰이 박 대통령의 숨통을 조이고 있는 모습이다.
검찰은 그 동안 삼성이 지난해 9~10월 최씨 소유의 독일 법인 코레스포츠(현 비덱 스포츠) 계좌로 송금한 280만 유로(한화 35억원)의 정확한 성격 파악에 수사력을 집중해 왔다. 이 돈은 삼성이 미르ㆍK스포츠재단에 낸 출연금 204억원과는 다르다. 국내 대기업들 가운데 두 재단을 거치지 않고 최씨 측에 곧바로 자금 지원을 한 것은 삼성이 유일하다. 때문에 법조계에선 ‘삼성 35억원’에 대해 “최씨와 박 대통령 등에게 직권남용 혐의가 적용된 재단 출연금(총 774억원)과는 그 성격을 달리 봐야 한다”는 지적이 많이 나왔다. 게다가 삼성이 지난해 말~올해 초 코레스포츠에 매달 80만유로를 별도로 송금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삼성은 이미 지난 8일 이 부분과 관련, 한 차례 압수수색을 당한 바 있다.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과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사장급)도 수 차례 소환됐다. 그 동안 “280만유로는 컨설팅비 명목으로, 최씨나 그의 딸인 정유라씨만을 지원하려는 게 아니었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던 삼성은 검찰 조사에선 이를 뒤집었다. 장 사장 등은 “최씨 측의 협박이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고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의 공갈죄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날 국민연금에 대한 압수수색은 제3자 뇌물혐의에 결정적인 ‘부정 청탁’을 확인하기 위한 수사라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검찰은 지난해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건에 대한 국민연금의 석연찮은 의결권 행사와 관련, 유의미한 범죄 정황을 최근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삼성의 최대 현안이었던 이 사안에서 삼성물산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은 의결권 자문업체 두 곳의 반대 권고에도 불구, 삼성 총수 일가에 유리하도록 작년 7월 17일 주주총회에서 찬성표를 던져 합병 안건 통과에 결정적 역할을 했고, 이로써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으로의 경영권 승계는 사실상 마무리됐다. 그 직후인 7월 25일 이 부회장은 박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독대를 했고, 2개월 후쯤 최씨 측에 35억원이 건네졌다. 특히 합병 찬성을 둘러싸고 정부와 마찰을 빚었던 최광 전 국민연금 이사장은 같은 해 10월 쫓겨나듯 자리에서 물러났다.
검찰은 박 대통령 측에 ‘부정한 청탁’이 전달됐고 그로 인해 국민연금에 ‘찬성표를 던지라’는 종용이 있었다고 보고 있다. 전날 참고인 조사를 받은 최 전 이사장은 “의결권 행사를 주도한 홍완선 전 기금운용본부장이 합병 찬성 결정 전에 이재용 부회장을 만난 게 부적절하다는 지적 등을 고려해 그의 연임을 불허하려 하자 보건복지부가 반대하며 거세게 압박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배후에 최씨, 나아가 박 대통령이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검찰의 의심이다. 수사팀 관계자는 “삼성의 부정 청탁 관련 단서를 포착하기 위한 압수수색”이라고 했다. 그러나 법원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은 사실에 비춰, 이미 검찰이 박 대통령의 ‘입김’이 작용했다고 볼 만한 단서를 확보했을 것이라는 시각에 더 힘이 실리고 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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