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는 주권자에 맞선 ‘내란’ 수준의 저항으로 가기 시작했다. 26일 집회가 어떤 모습을 띠건 간에 실질적 내란죄에 대한 국민적 소추를 확인할 것만은 분명하다.”
‘최순실 게이트’를 두고 학계 원로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는 23일 ‘내란을 당하고도 국민은 담대하고 슬기로운데’라는 제목의 창비주간논평을 발표했다. 이 논평에서 백 교수는 하야 요구 등에 맞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저항을 “일종의 내란” “내란치고는 희한한 내란”으로 규정했다.
내란이라고 보는 근거는 5% 지지도에 불과한 상황, 몇차례 걸친 촛불집회에서 나온 퇴진 명령을 거부하는 상황 등을 들었다. 백 교수는 지난 12일 촛불집회를 사실상의 “퇴진 판결”이라 규정했고, 박근혜 대통령이 이에 불복한 데 대해 이어진 19일의 촛불집회는 “내란 진압”의 단계라고 정의했다. 그로 인해 20일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는 대통령을 공범으로 지목하지 않을 수 없었으며, 야당 역시 그간의 머뭇거리던 행보를 접고 탄핵정국으로 전환했다는 해석이다.
탄핵으로 발생하게 될 ‘황교안 총리 딜레마’에 대해서는 “퇴진 운동은 운동대로 벌이면서 지금이라도 대통령이 국회의장에게 요청한 대로 국회가 총리를 추천해 들이밀면 그만”이라고 제안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를 받지 않는다면 그걸 전제로 싸워 나가면 된다는 논리다. 또 추천할 총리를 고르는 문제에 대해서도 “어차피 국민의 명령은 ‘퇴진에 따른 과도내각’이지 ‘실질적 권한을 이양받는 거국내각’이 아니”기 때문에 “최악보다 나은 인물이면 된다”고 주장했다. 야권 뿐만 아니라 새누리당 비박계에서도 추천인사를 받으라고 했다. 중요한 건 누가 되느냐가 아니라 “최대한 신속 간명하게 처리”하는 일이다.
탄핵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저항은 평가절하했다. 백 교수는 “탄핵할 테면 해보라는 협박은 일부 야당 인사들에게 먹힐 지 언정 국민들에게는 허장성세 아니면 이성을 잃은 마지막 몸부림으로 다가올 뿐”이라면서 “현명한 정치인이라면 자기 중심적 계산으로 이 사태를 수습하려 들지 말고 국민의 지상명령을 받드는 일에 최우선 순위를 두라”고 주장했다.
백 교수는 그런 차원에서 지난 20일 야권 대선주자 8명이 회동해 탄핵추진과 국회 주도 과도내각 구성 등을 야3당에 요청한 것을 높이 평가했다. 백 교수는 “합의했다 해서 8명이 똑 같은 목소리를 낼 필요는 없으며 앞다투어 최선의 지혜를 발표하되 합의정신이 어긋나는 언행에 대해서는 기탄없는 상호비판이 가해져야 옳다”고 밝혔다.
백 교수는 “아직도 공인된 폭력기구의 대부분을 장악한 반란자를 국민이 맨손으로 촛불만 들고 제압할 수 있을지 미지수”이긴 하지만 “이 싸움만 원만하게 마무리한다면 우리는 세계 혁명사에서도 새로운 한 가람을 써낼 것”이라고 했다.
이는 지난 16일 페이스북에다 올린 ‘담대하고 슬기롭게 새 시대를 열어갑시다’라는 글을통해서 대통령 탈당과 새누리당 지도부 교체를 요구하고, 야권 대선 후보군의 회동과 결의를 주문한 데 이어 나온 글이다.
조태성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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