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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해운사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로 국내 환적 물량의 97%를 담당하는 부산항의 환적 물량 감소가 지속되고 있다. 줄어든 환적 물량 대부분은 해외 경쟁 항만으로 빠르게 흡수되고 있다.
23일 부산항만공사 물류 네트워크에 따르면 지난달 부산항에서 처리한 컨테이너 환적 화물(20피트 컨테이너 기준)은 81만6,717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46% 줄었다. 특히 지난달 한진해운의 부산항 컨테이너 환적 화물은 총 4만9,690개로 지난해와 비교해 5만9,852개(51.94%)나 줄었다.
반사이익을 기대됐던 현대상선의 환적 물량 역시 줄었다. 현대상선의 부산항 환적 화물은 지난해 10월 11만3,479개에서 지난달 10만1,164개로 10.85% 감소했다.
반면 세계 최대 해운동맹 2M의 부산항 환적 물량은 지난해 10월 23만5,087개에서 2만6,919개(13.15%) 늘어난 26만6,006개로 집계됐다. 한진해운의 감소 물량 대부분은 2M 등 외국계 선사로 흘러 들어 간 것으로 추측된다. 이 같은 환적 화물 변동 추세는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지난 9월부터 시작됐다.
환적 화물은 특정 항구에서 A배에 실려 있던 것을 내려 B배로 옮겨 싣는 화물을 말한다. 하역과 선적, 물품 보관 등 과정에서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만큼 일반 화물보다 부가가치가 2배 정도 높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그간 동북아 허브항으로 불리던 부산항에서 이 같은 환적 화물을 처리하며 많은 이익을 거뒀다. 그러나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한진해운 환적 물량이 줄어들고, 경영정상화 과정을 밟고 있는 현대상선 역시 유탄을 맞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진해운 법정관리 사태로 국내 해운산업에 대한 글로벌 화주들의 불신이 커지면서 현대상선의 환적 화물 또한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2M 등 글로벌 유수 해운사들이 이 틈을 타 부산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부산항이 동북아 중심항의 입지를 잃어가고 있는 것도 큰 문제”라며 “최근 중국 항만 등의 성장으로 부산항의 영향력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인데 한진해운 여파가 장기화할 경우 수 많은 관련 종사자들은 물론 부산지역 경제에도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혜원 기자 iamjh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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