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드라마 팬이라면 모를 수 없는 반가운 얼굴이 22일 방영된 SBS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에 깜짝 등장했다. 경운기 전복사고로 골반을 다친 위급 환자가 닥터헬기로 이송되는 장면에 이송팀 의사로 잠시 나왔던 단역이다. 스치듯 지나갔지만 눈 밝은 시청자들은 금세 알아챘다. 아주대병원 중증외상특성화센터장인 이국종 교수였다.
물론 이 교수가 직접 출연한 건 아니다. 제작진이 닮은 배우를 섭외해 연출했다. 안경과 의상까지 똑같이 재연한 덕분에 진짜 이 교수라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 제작진은 이 장면을 이 교수에 대한 오마주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2011년 소말리아 해적들에게 피랍됐다가 구조되는 과정에서 총상을 입은 삼호 주얼리호 석해균 선장을 살린 주치의로 유명하다. 당시 석 선장을 치료하기 위해 오만까지 날아갔다. 이 교수는 낙후돼 있던 한국의 중증외상치료 시스템을 진일보시키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 받는다.
2012년 방영된 MBC 드라마 ‘골든타임’에서 배우 이성민이 연기한 외상외과의사 최인혁 교수가 바로 이 교수를 모델로 탄생한 캐릭터다. 극중 최인혁은 돈벌이가 안 되고 치료 과정도 힘들고 위험하다는 이유로 병원이 기피해온 중증외상환자 치료에 매달렸다. 외상환자의 상당수가 육체노동에 종사하는 사회적 약자라는 점에서 이 드라마가 품고 있는 문제의식은 우리 사회의 공공의료 시스템 문제를 환기하는 역할까지 했다. 이런 논의가 가능했던 것도 모델이 된 이 교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낭만닥터 김사부’가 굳이 이 교수를 닮은 배우를 섭외하면서까지 오마주 장면을 담아낸 이유와 의도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제작진은 “향후 전개를 위한 상징적 장면”이라고 설명했다. SBS 관계자는 “한때 이 교수가 드라마에 카메오 형식으로 출연하는 것도 논의했지만 현업에 종사하고 있기 때문에 시간이 맞지 않아 무산됐다”고 말했다. 대본을 집필한 강은경 작가는 기획 단계에서 이 교수로부터 자문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렇다면 이 교수를 닮은 배우는 어떻게 찾아냈을까. 제작진의 설명에 따르면 연출자 유인식 PD가 캐스팅 디렉터에게 특별히 요청을 했다고 한다. 이 교수에 대해 잘 몰랐던 캐스팅 디렉터는 이 교수의 기사와 사진을 검색해본 뒤 자신의 데이터베이스를 샅샅이 훑었다. 운이 좋게도 1시간 만에 비슷한 얼굴을 발견했고 곧바로 섭외했다. 독립영화 주조연과 상업영화 단역 등으로 출연하며 꾸준히 연기를 해온 송경의라는 배우였다. 캐스팅 디렉터는 “운명적”이라고까지 표현했다. 덕분에 이 장면은 이날 방송에서 순간최고시청률(닐슨코리아 집계 23.11%)를 기록했다.
괴짜 의사 김사부(한석규)와 젊은 의사들의 열정을 그린 ‘낭만닥터 김사부’는 시청률 상승세를 타며 화제를 더해가고 있다. 지난 7일 9.5%로 출발해 2회에서 10.8%로 단숨에 두 자릿수로 올라섰고, 3회 12.4%, 4회 13.8%, 5회 16.5%, 6회 18.9%로 매회 자체 최고시청률을 갈아치우고 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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