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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헬기 센카쿠 출현… 트럼프 당선 이후 日ㆍ러 관계 ‘미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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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헬기 센카쿠 출현… 트럼프 당선 이후 日ㆍ러 관계 ‘미묘’

입력
2016.11.23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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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대잠 초계 헬기 수시간 비행

日 주장 영공 10㎞까지 접근

항공자위대 만약 대비 발진하기도

내달 15일 푸틴 방일 앞두고

쿠릴열도 미사일 배치까지 나서

러시아군이 운용 중인 지대함 미사일 ‘바스티온’ (러시아 육군 제공) ⓒ News1
러시아군이 운용 중인 지대함 미사일 ‘바스티온’ (러시아 육군 제공) ⓒ News1

올 가을쯤부터 속도를 내던 러시아와 일본의 관계개선 흐름에 최근 들어 이상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다. 러시아는 2014년 크림반도 병합 이후 주요7개국(G7)의 대러제재 탈피 돌파구로, 일본은 쿠릴 4개섬(일본명 북방영토) 반환협상 진전 등을 노리며 서로 접근했지만 미국 차기 대통령에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자 러시아측 행동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급기야 러시아는 중일 영토분쟁 지역을 초계 비행하는 과감한 행보까지 보였다.

일본 방위성은 23일 러시아군의 초계 헬기가 전날 오후 센카쿠(尖閣ㆍ중국명 댜오위다오)열도 인근 상공을 비행했다고 발표했다. 이 때문에 일본 항공자위대 전투기가 한때 긴급발진하는 심상치 않은 상황이 벌어졌다고 NHK 등 일본 언론이 전했다. 방위성에 따르면 문제의 헬기는 러시아군의 Ka27대잠수함 초계 헬기로, 이 기종 1대가 센카쿠 다이쇼(大正)섬(중국명 츠웨이위)과 구바지마(久場島ㆍ중국명 황웨이위) 주변을 수시간 비행했다.

방위성은 “초계헬기가 두 섬 사이를 남하하던 러시아군 미사일구축함에서 이륙해 일본영공 10㎞ 지점까지 접근했지만, 영공을 침범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항공자위대 전투기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대응차원에서 발진했다는 설명이다. 러시아군 초계 헬기가 센카쿠 인근에서 확인된 게 처음이란 점에서 방위성은 그 목적과 동기를 분석중이다.

러시아해군의 남하는 지난 6월에도 한차례 포착된바 있어 이런 흐름이 최근 재개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당시에는 러시아구축함 3척이 센카쿠 접속수역(연안에서 22~24km)에 진입한 데 이어 중국해군 ‘장카이(江凱)1’급 프리깃함 1척도 시차를 두고 해당지역에 출현했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듯 비슷한 시간에 동시진입한 것을 두고 일본에선 중ㆍ러간 공동군사훈련을 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제기된바 있다.

일본은 또 러시아의 군사압박이 전방위로 진행되는 상황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러시아는 내달 15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방일을 앞둔 상황에서 쿠릴 열도 4개섬 중 규모가 큰 이투룹과 쿠나시르 2개 섬에 각각 해안방어시스템 ‘바스티온’과 ‘발’을 최근 배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바스티온시스템은 최대 사거리가 450㎞로 함선은 물론 지상 목표물까지 겨냥한 초음속 크루즈 미사일을 장착하고 있다. 발 시스템은 사거리 120km의 대함미사일X-35로 무장했으며 해군기지와 연안시설 보호, 적군의 상륙작전 저지 등이 목적이다.

쿠릴열도 무장강화는 러시아가 실효지배중인 영유권을 공고히 하겠다는 것이어서 일본 측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 미국의 차기 트럼프 정부와 급속히 가까워지면서 일본의 전략적 가치를 낮게 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러시아는 오히려 중국의 남중국해 군사기지화와 마찬가지로, 쿠릴섬을 태평양 진출의 요충지로서 군사적 기능을 강화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실정이다. 러시아는 이미 지난해 쿠릴열도에 이동식 지대공 미사일시스템 ‘토르-M2U’도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한국일보 그래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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