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협약 탈퇴 재고 시사
“물고문 불필요” 명확히 선 그어
멕시코 장벽에도 절제된 움직임
클린턴 비리 수사 가능성 철회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정치적으로는 통합을 강조하고 주요 정책에서는 빠르게 중도 회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후보 시절 정말 몰랐던 건지 아니면 표를 모으려고 정체를 감춘 건지 알 수 없으나, 트럼프 당선인이 이런 변신을 통해 재선까지도 노리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22일 뉴욕타임스 기자 및 외부 필진과의 만남에서 당초 주장했던 세계기후변화협약 탈퇴와 관련, 재고를 시사했다. 그는 “그것을(기후변화협약 탈퇴를) 아주 면밀하게 보고 있다.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선거 기간 중 “기후변화 주장은 미국의 사업의 방해하려는 중국의 사기극”이라고 폄하하며, 대통령이 되면 미국을 탈퇴시키겠다던 입장에서 한 걸음 물러난 것으로 평가된다.
인종주의 및 대 테러대응에서 물고문 허용 논란에 대해서도 완화된 입장을 보였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은 백악관 수석전략가로 지명된 스티브 배넌이 백인 극우주의자로 비판 받는 데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배넌은 인종차별주의자나 극우주의자가 아니다. 나는 인종차별과 극우주의에 반대한다. 배넌이 그랬다면 그를 지명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선인은 이어 지난 19일 워싱턴D.C.에서 ‘대안 우파’성향의 국가정책연구소의 행사에서 독일 나치의 ‘히틀러식’경례가 등장한 것에도 강하게 비난했다.
인권침해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물고문 논란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트럼프 당선인은 유력한 국방장관 후보인 제임스 매티스 전 중부군 사령관과의 면담 이후에 고문이 불필요하다고 마음을 바꿨다고 밝혔다. 고문보다는 테러 용의자들과 신뢰를 구축하고 협조에 대해 보상하는 게 더 가치 있다는 매티스의 말이 생각을 변화시켰다고 덧붙였다.
정치보복 우려를 자아냈던 힐러리 클린턴 전 민주당 후보의 이메일 및 클린턴재단 비리에 대한 수사 가능성도 철회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뉴욕타임스 취재진과의 회동에서 “클린턴을 기소하는 것은 매우, 매우 분열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인수위 켈리엔 콘웨이 수석 고문도 MSNBC에 출연, “공화당의 지도자이기도 한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식도 하기 전에 클린턴에 대한 기소를 추진하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면 이는 다른 공화당 의원들에게 매우 강력한 메시지”라고 말했다.
선거 운동 중에는 대통령에 당선되면 “클린턴을 감옥에 보내겠다”고 위협했지만, 이는 지지층 결집을 위한 선거 구호였을 뿐 ‘정치 보복’에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미국 언론은 트럼프 당선인의 언급을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의 국무장관 기용 검토, 민주당 툴시 가바드(하와이) 하원의원의 유엔주재 미국대사 가능성 등과 연관 지으며 미국 사회를 분열시킨 ‘가장 추잡한 선거’로 불렸던 대선 후유증을 극복하고 사회 통합에 적극 나서겠다는 신호로 풀이하고 있다.
이 밖에도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중국에 대한 무역보복 등에서 절제된 태도를 보이는 것 역시 외교마찰을 피하기 위한 중도ㆍ실용적 행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편 당선 이후 지지율도 개선 추세인 트럼프 당선인은 통합의 정치와 중도ㆍ실용 정책을 통해 2020년 재선 도전에 나설 것임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타워에서 여러 중대한 모임이 열릴 예정인데, 앞으로 8년간 우리 정부를 운영할 진용을 짜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CNN방송은 “트럼프의 트윗은 차기 대통령에 취임하기도 전인 재선 도전을 계획하고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고 보도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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