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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정권안보와 국가안보

입력
2016.11.23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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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가 23일 비공개로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을 체결했다. 각종 2급 군사기밀을 상호 공유하는 게 요지다. 국방부는 비판 여론에 맞서 이 협정 체결이 “안보적 중요성을 우선순위에 두고” 진행됐다고 말했다. 국방부 대변인은 이 협정 체결이 “북한의 핵ㆍ미사일 위협”에 초점이 있다고도 했다. 그러나 이 협정에는 상호 공유하는 군사비밀정보 보호를 목적으로 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정작 협정 체결 목적은 찾아볼 수 없다. 북한 위협 대응이 협정 체결의 목적 중 하나겠지만 그것으로 한정될까 의문이 든다. 벌써부터 중국의 군사활동에 관한 한일 정보협력이 더 큰 목적이 아닌가 하는 지적이 일어나고 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의 효과를 논하려면 거시적 시각이 필요하다. 오바마 대통령 1기때 미국은 “아시아 회귀” 정책을 천명해 중국 견제, 미국의 아시아 동맹국들과의 동맹 강화, 해상의 자유 증진 등을 추진해나갔다. 그 연장선산에서 2015년 4월, 미국과 일본은 18년 만에 방위협력지침을 개정했다. 미국은 일본 자위대의 전쟁 개입을 인정하는 대신 미국이 관여하는 세계분쟁에 자위대를 참여시킬 수 있게 되었다. 미일 군사협력의 일체화 수준을 높이고 군사동맹을 세계화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 아베 정부가 평화헌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미수에 그쳐 방위협력지침 개정이 위헌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편 동북아 안보와 관련해서 미국은 북한 핵과 인권 문제를 이유로 강력한 대북제재를 전개하며 한미일 협력을 적극 추진해왔다. 군사협력이 유사시를 가정하기 때문에 전시작전권이 없는 한국으로서는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과 한반도의 전장화를 막기 어렵다.

한미일 군사협력의 강화를 위해서는 그 걸림돌을 없애야 한다. 한국과 일본 사이의 정치ㆍ역사적 불신과 미흡한 군사협력이 그것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첫 걸림돌을 없애는 일로 한일 정부간 ‘위안부 문제’ 타결을 종용해왔는데, 작년 12월 그것이 이루어진 것이다. 이로써 적어도 양국 정부 차원에서는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갈등을 덮을 수 있게 되었다. 이어 오바마 행정부는 미흡한 한일 군사협력을 ‘발전’시키기 위해 한미일 해상훈련을 전개하였고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 체결을 지지했다. 이 협정으로 미국과 일본은 한국과의 협력으로 중국의 군사정보를 추가 획득할 수 있을 것이다. 이명박 정부 때 이 협정의 체결을 추진하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번 경우는 한국민들의 반대 여론을 처음부터 안중에 두지 않은 듯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 이 협정을 반대하는 국민여론은 지지하는 여론보다 약 두 배 많았다. 야3당도 한 목소리로 이 협정 체결에 반대하였다. 그러나 국방부는 협상 개시 27일 만에 전격적으로 체결에 이르렀다. 이로써 오바마 대통령은 한미일 군사협력의 기틀을 잡았다는 평가를 안보족들에게 들을 수 있게 되었다.

눈을 안으로 돌리면 국방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을 주도했다. 그렇지만 이 사안은 국무회의를 거쳐 결정되었고 대통령의 재가가 있었을 것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국무회의에서 반대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박 대통령은 권력을 사유화해 국정을 농단했다는 국민적 비판에 맞서서,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국가대계와 국가안보를 위험에 빠뜨렸다는 지적을 면치 못할 것이다. 국가안보가 정권안보에 희생되는 셈이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로 동북아는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립 구도가 확립되는 한편 남북관계는 더욱 악화될 것이다. 그리고 방위사업청장의 망언처럼 군비경쟁 구도에 빠져 복지를 줄이면서라도 미국의 안보 부담 요구에 순응하는 매국적이고 반평화적인 작태가 재연될 수도 있다. 이제 국민들이 내치는 물론 외치에도 관여해야 할 상황에 이르렀는지도 모른다.

서보혁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HK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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