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군무원 등 가담
주한미군기지에 공급되는 난방용 경유 수십억 원어치를 빼돌린 일당이 경찰에 적발됐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특수절도 등의 혐의로 유조차 탱크로리 운송기사 김모(46)씨와 오산 모 미군부대 소속 군무원 고모(57)씨 등 27명을 구속하고 1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3일 밝혔다.
김씨 등은 2014년 12월부터 지난 5월까지 회당 최대 1만6,000ℓ씩 521차례에 걸쳐 오산, 평택, 동두천, 의정부 소재 미군기지에 납품되는 경유 435만ℓ(60억 원 상당)를 훔친 혐의다. 이들은 미군기지에 난방용 경유를 공급하는 A사와 운송 하청계약을 맺은 B사의 전ㆍ현직 직원 등으로 경유를 운반하는 도중, 결탁한 주유소 등에 들러 경유를 몰래 빼낸 것으로 조사됐다. 눈 속임을 위해 훔친 경유의 양만큼 등유와 첨가제 등을 대신 넣기도 했다.
B사가 탱크로리에 설치된 GPS로 운송 과정을 감시한다는 사실을 알고 특정 장소에서 GPS를 떼어내 다른 차량에 붙인 뒤 시속 50∼70㎞ 속도로 미군기지 방향으로 정상 운행하다 기지 근처에서 탱크로리를 다시 만나 GPS를 설치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훔친 경유는 임모(36ㆍ구속)씨 등 주유소 업자 7명에게 시중가보다 ℓ당 500원 가량 싼 700원에 팔아 넘겼다. 미군 부대에서 25년여 간 유류 담당 업무를 맡아온 군무원 고씨는 범행 때마다 60만원씩, 154차례에 걸쳐 1억여 원을 받아 챙기며 절도 사실을 눈감아 줬다.
김씨 등은 범죄수익금으로 고가 아파트에 거주하며 외제차를 모는 등 호화생활을 했다.
경찰은 지난해 첩보를 입수, 1년여 간 수사한 끝에 김씨 일당을 적발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들은 친형, 형수, 사촌동생 등 친ㆍ인척을 끌어들여 공범간 배신할 수 없도록 계획적인 범죄를 저질렀다”며 “다른 미군기지에도 비슷한 범죄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이번 사건을 수사하던 중 A사 상무 양모(47)씨 등 임직원 5명이 B사 대표 이모(64)씨로부터 6,000만원 상당의 금품 및 향응을 받고 운송 재계약 과정에 편의를 제공한 혐의(배임수ㆍ증재 등)를 포착, 함께 입건했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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