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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바꾸고 거짓말하고…靑 도덕성‘유고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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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바꾸고 거짓말하고…靑 도덕성‘유고 상태’

입력
2016.11.2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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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담화 “검찰 조사 받겠다” 공언

피의자 되자 “일절 응하지 않겠다”

국무총리 추천 국회에 맡긴다더니

탄핵 정국에 “퇴진 전제로는 안돼”

미르·K 수사서 거짓 줄줄이 탄로

특검 수용도 빈말로 끝날 가능성

21일 서울 경복궁 신무문에서 본 청와대 전경. 뉴시스
21일 서울 경복궁 신무문에서 본 청와대 전경. 뉴시스

요즘 청와대의 도덕성은 ‘유고(有故) 상태’다. 최순실 게이트로 궁지에 몰린 이후, 말 바꾸기와 거짓말이 부쩍 늘었다. 대통령직을 지키고 보자는 욕심 때문에 정권의 정당성을 스스로 허물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원칙과 신뢰의 정치인’이던 시절은 끝났다. 최순실 게이트의 공범으로 몰린 박 대통령은 끝내 검찰 수사를 거부했다. 이달 4일 2차 대국민담화에서 “이번 일의 진상과 책임을 규명하는 데 최대한 협조하겠다. 저 역시 검찰 조사에 성실하게 임할 각오가 돼 있다”고 공언했다가 번복했다. 검찰이 박 대통령을 피의자로 입건한 20일, 유영하 변호사는 “검찰의 대통령 직접 조사 협조 요청에 일절 응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특검 수사까지도 수용하겠다”는 약속도 빈말로 끝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유 변호사와 새누리당 친박계가 특검의 ‘중립성’을 문제 삼기 시작한 것은, 박 대통령이 특검 임명에 시간을 끌고 수사를 거부하거나 수사 결과를 부정하려는 명분 쌓기로 해석됐다.

박 대통령은 국무총리 추천권을 국회에 넘기겠다는 방침도 거두어들이는 분위기다. 박 대통령은 8일 국회를 방문해 “여야 합의로 좋은 분을 추천해 주면, 총리로 임명해 실질적으로 내각을 통할하게 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최근 들어 “박 대통령 퇴진을 전제로 한 총리 추천은 수용할 수 없다”며 ‘조건’을 들고 나왔다. 국정에서 물러나지 않겠다는 속내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박 대통령의 잇단 말 뒤집기는 야당의 ‘검찰ㆍ특검 수사에서 탄핵 명분 확보→ 총리 교체 → 대통령 탄핵’ 시나리오를 방해하려는 전략이다.

박 대통령이 2선 퇴진을 미적대는 것을 놓고, 청와대 참모들은 그간 “박 대통령이 모든 것을 내려 놓았다. 정국 주도권을 지키기 위해 술수를 쓰려는 것이 아니다”고 설명해 왔다. 그러나 참모들이 말한 박 대통령의 ‘순수한 의도’는 처음부터 없었거나, 참모들이 박 대통령의 진심을 오독했을 가능성이 크다.

청와대는 한 동안 “촛불 민심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허리를 숙였다. 불리한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온 20일엔 “차라리 법대로 탄핵 절차를 밟으라”며 태도를 바꾸었다. 강경하게 버텨 정권 임기 5년을 채우겠다는 청와대의 오기는 최순실 정국의 출구를 꽉 막고 있다. 박 대통령과 김병준 국무총리 후보자,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버티기 스크럼’을 짜고 있다는 비판도 무성하다.

박 대통령은 거짓말 사과 논란에도 휩싸였다. 박 대통령은 1,2차 대국민담화에서 미르ㆍK스포츠재단 설립이 기업들의 ‘순수한 지원’에 따른 것이었고, 정권 초기에만 최순실씨에게 국정 조언을 받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최씨의 공소장에는 박 대통령 주도로 청와대가 기업들에게 자금을 강제 모금했고, 최씨의 국정 개입도 정권 4년 차인 올해 4월까지 계속됐다는 수사 결과가 담겼다.

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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