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매제한 등 집중규제 미적용
대책 발표 후 매매가 2주 연속↑
비강남권 청약 경쟁률 신기록도
정부의 ‘11ㆍ3 대책’ 이후 부동산 시장에서 서울 용산구가 급부상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서울의 청약과열 근원지로 강남4구(강남ㆍ서초ㆍ송파ㆍ강동)를 꼽으며 이 지역을 전매제한 등으로 묶었다. 덕분에 용산은 이미 강남 버금가는 집값이 형성돼 있음에도, 집중규제의 화살을 피해 다른 지역처럼 준규제만 받게 됐다. 전문가들은 장차 용산이 강남의 대체 투자처로 성장할 잠재력에 주목하면서도 한편으론 거품 가능성에 유의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22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용산 집값은 11ㆍ3 대책을 아랑곳 않은 채 ‘나홀로’ 상승하고 있다. 한국감정원의 주간 매매동향을 보더라도 대책 발표 직후인 지난 7일 기준 0.13%의 주간상승률을 보였고, 14일 기준으로도 0.11% 상승했다. 같은 기간 강남4구가 2주 연속 전주 대비 하락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용산은 지난 8월 하순 이후 계속 0.1% 이상의 상승률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상승세를 반영하듯 용산은 이미 아파트 평균가격 기준으로 서울 25개구 중 상위권에 자리하고 있다. 용산 아파트의 3.3㎡당 평균가격은 지난 11일 현재 2,427만원으로, 강남3구에 이은 4위에 해당한다. 2014년 8월 바닥(2,212만원)을 찍은 뒤, 꾸준히 반등한 결과다.
용산은 청약시장에서도 11ㆍ3 대책 발표 이후 최고 인기지역이 됐다. 지난 3일 용산구 효창동에서 분양한 ‘용산 롯데캐슬 센터포레’은 올해 비강남권 최고 청약경쟁률(155대 1)을 기록했다. 인근 지역의 ‘효창파크 KCC스위첸’이 지난 5월 분양 당시 평균 15.24대 1의 경쟁률에 그친 것과는 큰 차이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앞서 강남 지역에서 신규 분양에 맞춰 기존 단지 시세까지 함께 오른 것처럼 최근 용산도 이런 흐름을 타고 있다”며 “부동산 규제도 상대적으로 적어 내년 신규 물량만 받쳐준다면 용산 집값은 가파르게 상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美軍이전ㆍ신분당선 연장 호재에
해방촌ㆍ경리단길 신흥상권 부상
“주거환경 감안하면 거품” 지적도
용산이 이렇게 ‘강남 못지 않은 시장’으로 주목 받는 것은 가시화되는 개발 호재 때문이다. 실제 내년 미군기지 이전이 완료되면 용산 미군기지 일대에는 2027년까지 국내 최대 규모(243만㎡)의 공원이 조성되며 용산역에 자리잡은 용산아이파크몰은 증축을 통해 복합한류타운으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여기에 신분당선 2단계(용산~강남구간) 사업에다, 아모레퍼시픽 등 기업 신사옥 입주, 한남 외인부지 개발 등 호재들이 현재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 이태원ㆍ경리단길, 해방촌 등이 신흥상권으로 급부상하면서 관광객도 연일 몰리고 있다. 안민석 FR인베스트먼트 연구원은 “해방촌 주변 상가 건물 시세가 1년 새 2배가 뛰면서 현재 3.3㎡당 4,000만원을 넘어선 상황”이라고 전했다.
용산엔 강남4구처럼 주택 재정비 사업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는 점도 향후 주택가격 상승을 기대하는 요인이다. 단독주택과 빌라가 즐비한 효창동 일대와 전통 부촌인 한남ㆍ이촌지구, 2009년 용산참사가 벌어진 용산역 주변 등 총 26곳 사업장에서 재건축, 도시환경정비, 재개발 등 재정비 사업이 진행 중이다. 용산구청 관계자는 “강남 재건축 훈풍이 작용하면서 사업 속도가 붙고 있어, 내년이면 효창동을 비롯해 한강로3가, 이촌동 등에서도 일반분양이 가능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용산 부동산에 거품이 끼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내년이면 강남 부동산 규제 여파뿐 아니라 입주물량 과잉 우려, 금리인상 가능성 등으로 부동산 시장이 전반적으로 가라앉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용산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대형 프로젝트가 줄줄이 무산되면서 오랜 침체를 겪은 바 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용산의 한계는 집값에 비해 기본적인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부족해 주거환경이 떨어진다는 점”이라며 “과거처럼 대형 개발이 전면 무산될 가능성은 적겠지만 항시 개발은 부동산 경기 흐름을 탈 수 밖에 없어 투자자 입장에선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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