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곳 뭉친 인천제과점형동조합
조합원이 제품개발^품질관리
공장 세워 고급 빵 공동생산
月매출 400만원서 1억 훌쩍 넘겨
“조합원 모두가 기술자라 가능
작은 제과점 어려움에 해법될 것”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지하 1층에 4월 문을 연 ‘IFB(Incheon Family Bakery)’는 인천제과점협동조합의 첫번째 직영매장이다. 이곳에선 ‘동네 빵집이나 프랜차이즈 빵집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빵은 되도록 판매하지 않는다’는 흔치 않은 원칙을 지키고 있다.
‘동네 빵집 사장님’인 조합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개발한 나가사키 카스텔라, 연유모닝빵, 무지개롤, 블루베리파이 등이 크림빵이나 단팥빵을 대신한다. 강화섬쌀 식빵이나 인천통단팥파이 등 지역에서 생산한 식재료를 이용한 제품도 종종 선보인다.
제1호 IFB는 C27, 삼송빵집, 베이커스필드, 베즐리, 따순기미, 마피아디저트 등 이웃한 유명 제과점이나 디저트 전문점과 경쟁하면서 협동조합 매출의 약 40%를 책임지고 있다.
인천제과점협동조합은 2013년 12월 통네 빵집 30곳이 모여 첫발을 뗐다. 그러나 협동조합 공장이 만들어지기까지는 다시 10개월이 걸렸다. 2014년 10월 공장을 열어 이곳에서 만든 제품을 조합원 매장에서 판매하기 시작한 그 해 11월 한 달 매출은 불과 400만원이었다. 제품을 판매한 매장 수만 30곳이었기 때문에 실망스러운 성적이었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최근 월 매출액은 1억4,000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그 동안 조합원 매장도 45곳으로 늘었다. 지난달에는 처음으로 인천 소재가 아닌 경기 부천시 빵집도 조합에 가입했다.
인천 남구 주안공장에서 만드는 제품은 주로 동네 빵집에서 일손이 부족하거나 손이 많이 가서 직접 만들지 못하는 제품들이다. 조합원들은 자신의 매장에서 만든 제품과 조합 공장에서 나온 제품을 함께 매장에서 판매한다. 제품은 공장에서 만들지만 제품 개발과 품질 관리는 조합원들이 맡는다.
김성두(43) 인천제과점협동조합 기술이사는 “예전에는 동네 빵집에서 수백 종류의 제품을 만들었지만 이제는 인력이 부족해 그럴 수 없다”며 “국산 재료로 좋은 제품을 만들어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여야 하는데, 협동조합 형태이기 때문에 기술자인 조합원들이 의견을 내고 잘되고 잘못된 점을 얘기하면서 좋은 제품을 만들어가는 게 가능하다”고 말했다.
조합 측은 내년에 두번째 직영매장을 낼 계획이다. 이미 인천국제공항과 현대백화점, 롯데마트 등 4곳으로부터 입점 제안을 받았으나 현대프리미엄아울렛 1호점이 안정적으로 기반을 잡는 것을 우선 순위로 뒀다고 조합 측은 설명했다. 조합에선 어린이와 초ㆍ중ㆍ고 학생들에게 제과ㆍ제빵인의 꿈을 키워주기 위한 직업 강의와 마카롱, 쿠키 등을 직접 만들어보는 체험학습 등 사회 환원 프로그램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조합 측은 협동조합이 동네 빵집의 인력난을 해소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이사는 “작은 제과점을 열려고 해도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문을 못 여는 곳이 있을 만큼 지역 제과업계의 인력난이 심각하다”며 “인력난은 앞으로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이는데, ‘협동조합’이 그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조합은 설립 당시부터 사회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며 “받은 것을 사회에 돌려주는 다양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