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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기업 혁신 판 깔아주자 ‘4차 산업혁명’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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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기업 혁신 판 깔아주자 ‘4차 산업혁명’ 시작됐다

입력
2016.11.2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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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 발달 기술적 자산 활용

기계-인간-사회 연계 동시 변화

美, 클라우드ㆍ네트워크 기반해

산업 플랫폼 지배 정책 지원 앞장

정부ㆍ대기업 주도하는 혁신보다

모든 경제주체 참여한 분권 구조

3차 산업혁명과 ‘구조적 단절’

손 놓은 한국 정부… 경쟁력 잃어

김영한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한국 경제는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여전히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는 세계 경제보다 훨씬 심각한 침체 국면을 보였다. 여기에 전대미문의 정치스캔들까지 겹치면서 ‘침몰’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그 와중에 ‘제4 산업혁명’은 그나마 미국을 중심으로 경제 회복의 불씨로 기대되는 분야다. 정보통신 혁명이라는 기술적 자산을 활용해 기계와 기계, 기계와 인간, 개별 인간과 전체 사회를 하나로 아우르는 산업 구조와 문명 구조의 동시 변화를 뜻한다. 원래는 독일의 ‘산업 4.0 프로젝트’에서 처음 개념이 도입됐지만, 이후 미국 정부가 클라우드 컴퓨팅 인프라 구축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면서 미국 네트워크 서비스 대기업들이 전 세계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고 있다. 이들은 이미 통신서비스산업과 제조업 등 전 산업에 걸쳐 강력한 시장지배력을 확보하고 있다. 미국뿐만 아니라 독일, 일본 등도 자국 기업들이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산업플랫폼 구축 분야에서 시장 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정책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문제는 전통 제조업 중심의 한국 주력산업들이 중국보다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한국 정부는 대기업들에게 ‘중소기업과 벤처기업들을 지원하라’고 팔 비틀기만 강요했을 뿐, 산업 정책에서 손을 놓았다. 여기에 최근 수습 불가능한 정치 스캔들까지 겹쳤다. 나라 안팎에서는 “한때 동아시아의 호랑이로 불렸던 한국 경제가 이제는 종이호랑이도 아닌, 그냥 후진국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당장 정치ㆍ경제 시스템이 마비된 듯 보인다. 하지만 과거 수많은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믿어지지 않는 회복력을 보여왔던 대한민국이다. 혼란 가운데에서도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곧 닥쳐올, 아니 이미 현실이 돼 우리 경제와 기업들에게 큰 파고로 다가오고 있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해 그 영향력을 분석하고 우리의 생존 전략을 준비해야 할 때다.

4차 산업혁명의 도래

 4차 산업혁명은 언뜻 구글과 아마존 등 미국의 통신서비스기업으로 출발한 기업들이 주인공 역할을 하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 하지만 알고 보면 독일 정부의 제조업혁신을 위한 산업정책에서 시작됐다. 주지하다시피 산업 혁명은 세계의 정치ㆍ경제 구조를 바꾸는 추동력으로 작동했다.

18세기 영국에서 시작된 1차 산업혁명은 증기기관과 방직기의 발명으로 인류역사 최초로 자급자족의 시대를 벗어나게 했다. 또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한 대량생산체제라는 새로운 자본주의 시스템과 이를 뒷받침하는 시민민주주의 체제를 구축하는 원동력이 됐다.

19세기 말~20세기에 걸쳐 진행된 2차 산업혁명은 전기혁명과 포드시스템과 같은 대량생산을 위한 생산공정혁명으로 생산 효율성의 획기적인 개선으로 오늘날의 자본주의 시스템의 근간을 구축했다.

20세기 후반부터 시작된 3차 산업혁명은 정보통신기술혁명이다. ‘18개월마다 정보처리속도가 2배로 빨라지는’(무어의 법칙) 혁명적인 정보처리기술발달은 통신서비스산업뿐만 아니라 산업 전반에 걸친 거래비용을 획기적으로 감소시키면서 세계 경제통합과 세계화를 주도하는 역할을 했다.

이런 정보ㆍ통신 기술 혁명이 급속도로 발달하면서 오늘날 우리 산업과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4차 산업 혁명이 도래했다. 기계와 기계, 기계와 인간, 개별인간과 사회 전체가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것이다. 기술ㆍ공정 혁신에 의한 변화 속도와 규모가 3차 산업 혁명에 비해 ‘구조적 단절’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급격한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기업 혁신을 위한 ‘판’ 마련해야

놀라운 것은 이러한 4차 산업혁명의 발단이 기술발달 같은 자연 발생적 현상이 아니라 독일 정부의 산업혁신정책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이다. 2011년 독일 하노버 산업박람회에서 독일 산업의 혁신 필요성이 확인됐다. 이후 2012년 독일 정부의 주도로 산업혁신을 위한 ‘산업 4.0’ 특별작업반이 구성됐다. 이 특별작업반은 정보통신기술혁명의 결과들을 100% 활용해 산업구조와 사회구조의 혁신을 기획했다. 그 첫째가 기계와 기계를 연결한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뿐만 아니라, 기계와 인간, 인간과 사회를 연결한 인간인터넷(Internet of People)를 활용해 산업 전반에 걸친 상호 운용성(interoperability)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둘째, 정보의 투명성(information transparency)을 통해 확보된 초대용량의 정보들이 왜곡 없이 처리되면서 한층 업그레이드된 고부가가치 정보를 도출할 수 있도록 했다. 셋째, 정보처리기술의 보편적 확산을 위한 기술지원(technical assistance)정책을 통해, 산업 4.0정책의 효용을 전 국민이 골고루 누릴 수 있도록 했다. 넷째, 산업 4.0정책을 통한 혁신과정이 정부나 일부 시장지배력을 가진 대기업이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경제주체가 참여할 수 있도록 분권화된 의사결정 구조(decentralized decisions)를 갖추도록 배려했다.

이처럼 4차 산업혁명의 기반을 갖추려는 독일 정부의 노력은 BMBF사, Bosch사 등 전통적인 제조업 주력기업들을 사물 인터넷 시대를 주도 기업으로 거듭나게 했다. 또 유럽의 클라우드 기반, 산업혁신 기반을 독일 정부와 기업들이 주도하는 원인이 됐다. 독일의 사례는 정부의 역할이 무엇인가를 분명히 보여준다. 기업들의 팔 비틀기가 아니라, 기업들이 혁신 노력을 할 수 있는 ‘판’을 만들어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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