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재직 시절 강직·신망 높아
前 민정수석 우병우와 비교돼
靑-검찰 대립 상황서 역할 없어
“곧 조율 나설 것” 믿는 시각도

“이건 최재경 수석의 작품이 아닌 것 같다. 그 분이 이러려고 민정수석 자리를 수락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믿는다.”
22일 수도권 검찰청의 한 간부는 박근혜 대통령과 검찰의 대립을 극한으로 치닫게 한 청와대의 대응 방식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검찰이 박 대통령 신분을 피의자로 전환한 후 박 대통령 측이 강한 어조로 반발하며 검찰 조사를 거부하고 나선 데에 민정수석실이 개입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나오는 반응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최재경(54) 청와대 민정수석의 역할에 대한 실망이 번지고 있지만,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이 남아있다.
지난달 30일 박 대통령이 ‘문고리 3인방’과 안종범(57ㆍ구속기소)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 자신의 수족들을 잘라내면서 최 수석을 지명했을 때 검찰 내에서는 최 수석이 수락한 배경에 의문을 제기하면서도 기대하는 분위기가 컸다. 서울 지검의 한 검사는 “인격으로나 실력으로나 훌륭한 분이 하필 이럴 때 그 자리에 앉게 됐을까”라면서도 “검찰을 누구보다 잘 알고 아끼는 최 수석이라면 청와대와 검찰의 관계 개선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검사로서는 유능했지만 독선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우병우(49) 전 민정수석으로 인해 검찰과 청와대가 모두 비판적 여론에 시달렸기에 청와대가 강직한 검사로 후배들의 신망이 높았던 최 수석을 임명한 것은 검-청의 관계 개선을 위한 시도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하지만 대국민담화문을 통해 검찰 조사에 응하겠다던 박 대통령이 180도 입장을 바꿔 검찰 조사를 거부하고 검찰 수사결과를 거친 어조로 반박하자 검찰의 분위기도 급변했다. 검사로서 강직했던 최 수석이 피의자인 대통령의 참모로서 보좌하며 검찰을 공격하는 것에 실망감을 너머 반감을 표시하는 이들도 나오고 있다. 지방검찰청의 한 간부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때 이명박 당시 대선 후보가 연루된 BBK 사건에서 제기된 의혹을 모두 무혐의 처분할 때 ‘정치검사’라는 수식어가 왜 나왔는지 이제 알겠다”고 비판했다. 박 대통령을 위해 최 수석이 수사에 대응하는 역할만 하는 것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여전히 그에 대한 기대도 남아있다. 그와 함께 근무했던 한 부장검사는 “지금까지 청와대의 반응을 보면 검찰의 약점을 쥐고 공격하는 등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며 “(최 수석이) 아직 청와대에 입성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렇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양측 입장을 적절히 조율해 낼 것”이라고 긍정적인 전망을 했다. 또 다른 부장검사는 “청와대와 검찰이 이해관계의 대척점에 서 있어 양측이 대화가 안 되는 상황에서 운신의 폭이 작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검찰의 역할과 입장에 대해 오래 고민한 분이라 조만간 타협점을 찾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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