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 사업 수혜자가 朴’ 입증하거나
기업들 ‘부정한 청탁’ 사실 밝혀져야
검찰은 최순실(60ㆍ구속)씨 등을 기소하며 기업들에 재단 출연금과 광고 일감 등을 강요한 것에 뇌물죄를 적용하기 어렵다며 직권남용과 강요 혐의를 적용했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뇌물죄를 적용하려면 향후 수사에서 무엇이 입증돼야 할까. 수사팀은 박 대통령 및 최씨 또는 자금을 제공한 대기업 중 한쪽의 ‘입’을 열어야 한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순실 게이트’의 이권 사업 가운데 하나라도 박 대통령 자신이 수혜를 받은 것으로 인정된다면 대통령에게 뇌물수수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 최씨 등의 공소장에 따르면 기재된 혐의에서 수혜를 받은 것은 최씨이거나 미르ㆍK스포츠재단이지만, 검찰은 박 대통령의 이권과도 관계가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만약 “두 재단은 대통령의 퇴임 이후를 대비해 만들어졌다” “대통령이 향후 재단을 관리하기로 했다”는 취지의 관련자 진술이나, 박 대통령 자신이 퇴임 후 운영에 나설 의사를 표시한 근거가 확보된다면 재단 설립과 강제모금의 수혜자는 대통령으로 볼 수 있다. 전두환ㆍ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사건 등에서 드러난 ‘포괄적 뇌물죄’ 판례를 보면, 대통령 직의 특수성에 따라 금품을 제공한 기업의 부정한 청탁이나 직무관련성을 구체적으로 입증할 필요는 없다. 검찰 안팎에서는 박 대통령이 “재단의 순수한 의도”를 강조했던 것이 최대 무기징역까지 선고가 가능한 뇌물수수 혐의를 염두에 두고 방어논리를 편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제3자뇌물죄 적용에 대해서는 법리적으로 입증이 더 복잡하다. 제3자뇌물죄는 공직자가 부정한 청탁과 함께 받은 대가가 자신이 아닌 제3자에게 돌아가도록 했을 때 성립한다. 다만 공직자의 관계인이 대가성이 의심되는 금품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공직자를 무조건 처벌하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 법원은 반드시 부정청탁을 명확히 입증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때문에 기업들이 청탁을 하고 돈을 냈다는 ‘자백’이 필요하다.
부정청탁이 오간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은 바로 지난해 7월과 올해 2월 있었던 박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들의 단독 면담이다. 롯데그룹이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추가 기부한 것도 박 대통령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독대한 직후였다. 때문에 제3자뇌물죄에 해당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었지만 검찰은 “구체적인 부정청탁을 확인하지 못했다”며 직권남용 혐의 적용에 그쳤다. 하지만 아직 알려지지 않은 부정청탁이 추가로 드러날 가능성이 있다. 검찰 관계자는 “추가적으로 미심쩍은 부분을 확인 중이다.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가 있어야 명확히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9~10월 삼성이 최씨와 딸 정유라(20)씨의 회사에 280만유로(약35억원)을 지원한 것도 제3자뇌물죄 적용의 관건이다. 박 대통령이 최씨와 40년간 친분을 바탕으로 다수의 국정과 이권사업을 협의한 사실이 드러났고, 최씨 일가에 삼성의 자금이 넘어간 것도 확인된 만큼, 삼성 측의 부정청탁 여부만 마지막 퍼즐 끼우기로 남았다. 사실상 정부기관인 국민연금이 삼성 오너 일가에 유리한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에 찬성표를 던진 것이 부정청탁으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검찰은 관련 진술 등 단서를 확보하는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검찰이 최씨의 공소장에 삼성 관련 혐의를 적시하지 않고 삼성전자, 승마협회, 마사회 등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를 이어가고 있는 것도 추후 제3자뇌물죄 적용을 염두에 둔 것으로 읽힌다.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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