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작가 프랜시스 버넷의 동화 ‘비밀의 화원’을 펼치면 부모를 잃은 10살 소녀 메리가 고모부의 집에 살면서 발견한 비밀 화원(시크릿 가든) 얘기가 나온다. 메리는 고모의 죽음 이후 황폐해진 정원을 가꾸면서 병약한 사촌 콜린의 건강을 되찾아주고, 정원 때문에 아내를 잃었다고 생각했던 고모부의 마음도 활짝 열어 준다.
누구나 마음속에 자신만의 비밀화원을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어릴 적 친구들과 뛰어 놀던 골목길 꽃밭이 꿈과 행복을 건네준 비밀화원일지 모른다.
지난 주, 강원도 평창으로 가는 구불구불한 도로에서 뜻밖의 풍경을 마주했다. 새벽녘 느린 걸음으로 흘러가는 차창 밖 풍경은 마치 한 폭의 유화 같았다. 썰물처럼 단풍이 빠져나간 산하를 밤사이 내려앉은 서리가 포근히 감싸 안은 모습은 상상 속에서만 꿈꿔왔던 나만의 비밀화원이었다.
소설(小雪)도 지나고 바람도 매서워졌다. 뒤숭숭한 세상이지만 두툼한 옷 걸치고 밖으로 나서보면 누구나 저마다의 시크릿 가든을 만날 수 있다. ‘늦지만 않는다면’
멀티미디어부 차장 kingw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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