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좋아서 즐겁게 한 일인데 상까지 받으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2016 해외봉사상’ 국무총리상 수상자인 박관태(46) 몽골국립의과대 교수는 22일 한국일보에 국제전화로 이렇게 수상소감을 밝히며 “봉사의 선순환”을 강조했다. 봉사를 해서 기분이 좋고 행복하니 기쁜 마음으로 오래할 수 있고, 오래 하다 보니 여러 사람이 함께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많은 사람이 혜택을 받게 되고, 그 결과 행복한 마음으로 봉사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정부 무상원조 전담기관인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중장기 자문단 외과의사를 겸하고 있는 박 교수는 2001년부터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선교ㆍ봉사활동, 후학양성, 긴급구호 등을 하고 있다. 4년간 몽골에서 지내다 귀국해 8년간 서울 아산병원과 고려대 안암병원에서 근무한 뒤 다시 2013년 산부인과 의사인 아내, 세 자녀, 어머니와 함께 몽골로 떠났다. 한국과 몽골을 오가면서도 아이티, 캄보디아, 네팔, 케냐, 짐바브웨, 마다가스카르 등 20여개국을 다니며 인술을 펼쳤다. KOICA는 이런 공로를 인정해 국제개발협력의 날(11월 25일)을 맞아 선정, 시상하는 해외봉사상을 박 교수에게 수여하기로 했다.
혈관외과와 신장이식을 전공한 박 교수는 몽골국립의과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던 중 지난 8월 비영리 혈액투석 전문병원인 아가페기독병원을 세웠다. 혈액투석과 호스피스(죽음을 앞둔 환자가 평안한 임종을 맞도록 위안과 안락을 베푸는 봉사 활동)가 필요한 환자들을 무료로 돕는 병원이다.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니 병원을 이용할 경제적 여력이 없는 환자들을 돕는 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2년 준비 끝에 개원하게 됐죠. 한국인은 저까지 네 명, 몽골인은 30여명이 일하고 있습니다.”
박 교수가 대학교수로서 안정적인 삶을 버리고 봉사활동에 전념하게 된 데는 친구의 영향이 컸다. 고려대 의대 입학 동기인 심재학씨와 “의사가 되면 함께 몽골에서 의료 봉사활동을 하자”고 약속하며 꿈을 키웠으나 심씨가 1999년 11월 악성림프종으로 먼저 세상을 떠난 것이다. 박 교수는 ‘내 몫까지 해달라’는 친구의 유언을 지키기 위해 2001년 몽골로 떠났다.
몽골에서는 처음 2년 6개월간 3,000건이 넘는 수술을 집도했고, 한국 거주 기간을 포함해 15년간 여름휴가 한 번 쓰지 않고 틈이 날 때마다 봉사활동을 다녔다. 2010년 아이티 지진 당시 고려대 의료원 긴급구호팀 부단장을 맡아 구호 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그는 “해외봉사를 하고 싶어하는 청년 중에는 삶이 안정되고 나면 봉사를 시작하겠다는 사람도 있는데 불확실성을 겁내지 말고 보람 있는 일에 도전해보라는 충고를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아가페기독병원을 종합병원 규모로 확장하고, 의료혜택을 받기 어려운 시골로 찾아가는 이동병원을 운영해보고 싶다고 했다. “환자가 찾아오는 병원이 아니라 환자를 찾아가는 병원을 운영하고 싶습니다. 몽골 시골은 환경이 무척 열악합니다. 하지만 모바일ㆍ스마트 기기 등을 활용하면 병원을 통째로 옮길 수도 있어요. 우선 대학병원 급으로 키운 뒤 찾아가는 병원을 만드는 게 다음 단계 목표입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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