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근로자 공급업체 “일하지 않으면 묻어버리겠다”
저임금ㆍ초과노동강요 따가운 시선
삼성 측 “위반 발견되면 시정할 것”
삼성전자의 노동착취 의혹에 대한 국제사회의 시선이 따갑다. 올해 초 삼성전자의 휴대폰 배터리 원료인 코발트가 콩고민주공화국의 아동 노동 착취로 공급됐다는 비판에 이어 이번에는 삼성전자가 말레이시아에서 운영하고 있는 가전제품 생산공장에서 저임금 지급과 근로시간 초과 등 노동자 학대가 발생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1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에 있는 삼성전자 가전제품 공장에서 네팔 이주노동자를 상대로 심각한 노동착취가 발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네팔 이주노동자들은 공장에서 화장실에 가는 것도 금지된 채 하루에 무려 14시간을 일하도록 강요 받았고, 월급은 기존 계약에서 약속했던 금액보다 훨씬 적게 지불됐다. 삼성전자 전자레인지 생산공장에서 일하는 한 네팔 노동자는 “근무를 하는 12시간 동안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기회는 식사시간인 45분과 2시간마다 7분씩 주어지는 물 먹는 시간 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가디언이 삼성전자 공장 등에서 일하는 네팔 이주노동자 30명을 취재한 결과, 이들 중에는 삼성이 직접 고용한 노동자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현지에서 인력 채용을 대행하는 ‘근로자 공급 업체’를 통해 고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업체는 네팔 현지에서 ‘삼성’이라는 국제적 브랜드 이미지를 이용해 이주노동자들을 모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해당 업체가 제시한 근무조건과 임금수준 등은 모두 속임수였다. 네팔 이주노동자들은 말레이시아에 도착하자마자 여권을 빼앗겼고 일을 그만둘 경우 기본급 3, 4개월 치에 달하는 벌금을 내도록 강요 받았다. 이주노동자들의 도주를 막기 위한 조치로 풀이되는 가운데 삼성 생산공장에서 일한 한 네팔 노동자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하자 근로자 공급업체 관리자들은 ‘일을 하지 않거나 벌금을 내지 않으면 말레이시아에 묻어버리겠다’고 협박했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더욱이 해당 인력업체들은 말레이시아의 삼성공장에 일자리를 보장하는 조건으로 네팔 노동자들에게 수수료도 불법적으로 갈취했다. 네팔정부는 취업알선비용을 최대 1만 루피(약 11만원)로 제한했지만 삼성과 연계된 네팔 카트만두의 근로자 공급업체는 최대 약 12만 루피(136만원)를 요구했다고 네팔 이주노동자는 전했다.
삼성 측은 이에 대해 가디언에 보낸 공식문서에서 “말레이시아 제조공장의 이주 노동자들을 고용하는 과정에서 위반 행위의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면서도 “삼성이 활용하는 근로자 공급업체들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고 만약 위반 행위가 발견되면 즉시 시정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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