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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길목 음원차트에 '나비잠'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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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길목 음원차트에 '나비잠' 효과

입력
2016.11.22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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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철(왼쪽)과 민경훈은 20일 발표한 ‘나비잠’으로 음원차트 1위를 휩쓸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
김희철(왼쪽)과 민경훈은 20일 발표한 ‘나비잠’으로 음원차트 1위를 휩쓸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던 ‘TT 천하’가 한풀 꺾였다. 두 남자의 진한 록 발라드가 그 틈새를 파고 들었다.

슈퍼주니어 멤버 김희철(34)과 밴드 버즈의 민경훈(33)이 발표한 듀엣곡 ‘나비잠’(Sweet Dream)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두 사람은 김희철이 자신을 소개할 때 하는 표현인 ‘우주대스타’와 버즈의 히트곡 ‘겁쟁이’를 합성한 우주겁쟁이란 팀 명으로 최근 ‘나비잠’을 선보였다.

지난 20일 자정 각종 음원 사이트를 통해 공개된 ‘나비잠’은 발표와 동시에 1위를 기록하더니 22일 오후 국내 주요 음원차트 6곳(멜론ㆍ지니뮤직ㆍ소리바다ㆍ벅스ㆍ네이버뮤직ㆍ엠넷)에서 정상을 지키고 있다. 트와이스가 지난달 24일 세 번째 미니앨범의 타이틀곡 ‘TT’를 꺼내든 이후 한달 여 동안 1위 자리를 한 번도 내주지 않으며 ‘장기 집권’한 걸 감안하면 눈여겨봐 야 할 성과다.

이 곡은 김희철의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와 두 사람이 함께 출연 중인 JTBC 예능프로그램 ‘아는 형님’의 합동 프로젝트 과정에서 나왔다. 지난 19일 방송에서는 강호동, 서장훈 등 ‘아는 형님’ 멤버들이 ‘나비잠’ 뮤직비디오를 제작하는 과정과 함께 김희철과 민경훈이 트와이스의 멤버 모모를 사이에 둔 삼각관계란 설정까지 전파를 타며 재미를 더했다.

프로그램을 등에 업고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 매주 토요일 오후 11시에 방송되는 ‘아는 형님’은 평균 2~3% 대 시청률을 기록 중이다. 올해 초까지 1%대를 전전하며 폐지 가능성까지 거론되던 상황에 비하면 두 배 이상이나 오른 수치지만 비슷한 포맷의 예능프로그램인 MBC ‘무한도전’과 KBS2 ‘1박 2일’ 등에 비하면 화제성은 여전히 낮다.

‘나비잠’이 트와이스를 제친 이유에 대해 팬들은 김희철의 재발견과 정통 록 발라드의 등장을 꼽는다. 특히 댄스그룹으로 활동해 온 김희철은 데뷔 13년 된 밴드의 보컬인 민경훈과 견주어도 전혀 뒤지지 않은 가창력을 선보이더니 ‘나비잠’ 작사에도 이름을 올려 숨겨둔 음악성까지 뽐냈다. 아이가 팔을 머리 위로 벌리고 자는 잠을 가리키는 나비잠처럼 꿈을 꾸는 듯 행복한 현재를 떠올리며 가사를 썼다는 게 김희철의 설명이다.

‘나비잠’을 통해 김희철의 가창력도 새삼 주목 받고 있다. JTBC 제공
‘나비잠’을 통해 김희철의 가창력도 새삼 주목 받고 있다. JTBC 제공

김희철을 지켜봐 온 오랜 팬들 사이에서도 ‘김희철의 재발견’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 김희철 스스로도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자신의 계정에 “노래할 수 있어서 특히나 기쁜 밤이네요. 경훈이와 한참 얘기하다가 ‘경훈아 형이랑 노래 해줘서 고마워’했더니 경훈이 특유의 무덤덤한 톤으로 ‘형 노래 잘 하는데 왜~’라는 말에 눈물이 핑 하고 도네요”라며 소회를 밝혔다.

화려한 안무를 앞세운 걸그룹의 댄스음악이 휩쓸던 음원차트에 록 발라드란 ‘희귀템’(거의 볼 수 없는 아이템)으로 승부수를 던진 것도 한 몫을 했다. 김희철 민경훈도 “젊은이들 사이에서 우리 노래가 잘 될까? 함께 했다는 데 의미를 뒀다”고 밝혔을 정도로 기대 밖 성과를 거두고 있다.

어느새 30대 중반을 바라보는 두 남자의 거칠고도 따뜻한 음색이 트와이스와 아이오아이, 블랙핑크, 마마무 등 걸그룹만으로는 충족될 수 없는 늦가을 감수성을 파고 들며 음악 팬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는 “두 사람의 만남이 만들어낸 막강 파워를 실감케 하고 있다”며 “호소력 짙은 보컬이 완벽한 하모니를 이루고 있다”고 평가했다.

조아름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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