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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령의 길 위의 이야기] 소리들

입력
2016.11.22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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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에 나는 광화문 근처에 살고 있었다. 독일월드컵이 열렸던 무렵이었다. 붉은악마들은 새벽에 열리는 경기 응원을 위해 일찌감치 시청광장으로 와글와글 몰려들었다. 나야 다음날 출근 때문에 침대에 엎어져 있었다. 오피스텔은 조금 더워서 창문을 열어둔 참이었다. 새벽, 한국팀이 골을 넣었을 때 정말 천둥 같은 함성이 터져 나왔다. 나는 침대에서 굴러 떨어졌다. 함성 소리가 어찌나 깊고 우렁찼던지 침대 밑에 앉아서 한동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가슴 속에서 커다란 심벌즈가 울린 것 같았다. 실은 첼로를 처음 배우기 시작했을 때에도 그런 깊숙한 울림을 느낀 적 있었다. 첼로를 가슴에 안고 활을 처음 미끄러뜨렸을 때 전해지던 아주 깊은 울림. 첼로 몸통을 놓았는데도 그 울림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희한할 만큼 매력적인 악기라는 생각을 했다. 엄마 집에 다니러 갔던 날에는 마침 불꽃놀이가 벌어졌다. 멀리서 터지는 불꽃이 아니라 동네에서 벌어진 것이라 소리가 어마어마했다. 똥개 해피는 너무 놀라 마루를 넘어 주방까지 뛰어 들어왔다. 안아서 달랬지만 긴 다리를 덜덜 떨었다. 그때 해피의 가슴도 쿵덕쿵덕 울렸을 것이다.

지난 12일 광화문에서도 그랬다. 저 뒤쪽에서부터 시작되었던 함성의 파도타기. 그 거대했던 울림. 함성이 나를 타고 지나가 저 앞줄에 다다랐음에도 가슴 속 진동이 멎지 않았다. 옆에 섰던 작곡가 친구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런 소리는 어떤 기기로도 못 만들어. 야, 진짜 울림이 멋진데!” 나는 뒤를 돌아다 보았다. 당분간 사그라들지 않을 함성과 촛불이 아직 저 멀리까지 이어져 있는 광경이 있었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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