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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북스토리] 동물을 돕는 데 이른 나이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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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북스토리] 동물을 돕는 데 이른 나이는 없다

입력
2016.11.22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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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다섯 살 매디는 동물을 돕는 일을 하고 싶지만 주저하는 사람들에게 “일단 시작해 보세요. 잃을 것은 아무것도 없어요.” 라고 조언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열다섯 살 매디는 동물을 돕는 일을 하고 싶지만 주저하는 사람들에게 “일단 시작해 보세요. 잃을 것은 아무것도 없어요.” 라고 조언한다. 게티이미지뱅크

광화문에 자주 가게 되는 요즘. 19일 집회 때는 수능이 끝나서인지 전주보다 더 많은 청소년이 보였다. 여러 청소년들의 자유 발언을 들었는데 노력과 결과가 일치하지 않는 불공정한 사회에 대한 분노가 컸다. 어른들은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고, 미안해했다. 이런 사회를 만든 것에 대한 미안함. 하지만 학생들이 거리에 나온 것에 대한 미안함은 아니었다. 미래 사회의 주인은 그들이니 나은 세상을 위해 그들이 거리에 나온 것은 당연하다. 세상을 바꾸고 싶은 꿈을 꾸는 데 너무 어린 나이는 없다고 하지 않나.

종종 동물 문제에 관해 수업을 할 때면 청중의 나이가 높아질수록 질문이 줄고, 나를 긴장시키는 질문이 적어진다. 청소년들은 호기심도 많고 질문도 많다. “식용견과 반려견은 뭐가 다른가요?”, “왜 마트에서 햄스터를 파나요?”, “보호소에서 안락사로 죽이는 이유가 뭔가요?” 이런 질문을 받으면 모범 답안은 있지만 나에게 다시 묻는다. 정말 왜일까? 나도 이런 현상을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인정해 버린 건 아닐까? 그들이 만들어갈 세상에 대한 상상력이 나로 인해 갇히면 안 되기에 답변할 때면 늘 조심하게 된다.

약자를 위한 행동에 나이는 상관 없다. 해피애니멀즈클럽
약자를 위한 행동에 나이는 상관 없다. 해피애니멀즈클럽

동물보호활동가 로브 레이들로의 책 ‘개에게 인간은 친구일까?’에는 반려견, 거리의 개, 직업을 가진 개, 상업적으로 이용당하는 개 등 우리와 함께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개에 관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그 중 백미는 학대 받는 개들을 구하기 위해 행동하는 10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다.

야나는 15세 때 부모님과 인도 여행을 갔다가 아프고 다친 길거리 개들을 보고 그들을 돕기 위한 단체를 만든다. 12개국에서 동물보호 문제에 관심 있는 10대들이 모여서 네트워크가 결성되었는데 이들은 개에 대한 학대와 방치의 근본적인 원인을 교육의 부재로 인식한다. 그래서 아시아와 미국에서 동물 보호에 관한 교육 프로그램을, 10세 내외의 학생들을 대상으로는 여름 캠프를 운영한다. 거리의 개를 보아도 그냥 지나치거나 여행지에서 학대 받는 동물을 봐도 남의 나라의 일이라고 치부하는 어른들과 달리 작은 것이라도 변화시키는 일에 도전하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에 놀랐다.

법도 바꾼다. 미국에 사는 13세 테레사는 강아지 공장의 참혹한 진실을 알게 된 후 지역자치단체의 상·하원의원들에게 편지를 쓴다. 강아지 공장에 강도 높은 동물보호법을 적용하는 법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하는 내용이었다. 의원들 앞에서 연설도 하고, 직접 찾아가 설득도 했다. 워싱턴 주는 2009년 강아지 공장 규제 강화 법안을 통과시켰다. 15세 조던도 성대제거수술을 금지하는 법안을 동물단체와 함께 지자체에 제출한다. 도그쇼에 출전했던 개가 성대수술을 받은 채로 버려지는 사건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조던과 동물단체, 수의사의 10개월 동안의 노력 끝에 인간의 편의를 위한 개의 성대제거수술은 미국 매사추세츠 주에서 금지된다. 동물보호법을 강화하는 수많은 관련 법안이 발의되어도 결국 다 사장되고 마는 우리 현실에서 믿기 힘들 지경이었다.

인터넷 모금으로 동물용 산소마스크를 소방서와 응급의료시설에 기증한 열 살 소녀 모니카. 책공장더불어 제공
인터넷 모금으로 동물용 산소마스크를 소방서와 응급의료시설에 기증한 열 살 소녀 모니카. 책공장더불어 제공

이외에도 인터넷상에서 모금을 해서 300여 개의 동물용 산소마스크를 소방서와 응급의료시설에 기증한 10세 모니카, 25만 달러의 기금을 모아서 수백 마리의 경찰견에게 방탄조끼를 선물한 10세 스테이시는 약자를 위한 행동에는 실천력만큼 상상력이 중요하다고, 나이는 상관없다고 말했다.

프리스턴 대학교 생명윤리학 교수인 피터 싱어는 “동물해방은 인류에게 그 어떤 해방운동보다 큰 이타주의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동물해방이 인류에게 별다른 이익도 주지 않기 때문에 동물해방운동의 성공이 어렵다는 말인데 이미 이처럼 순수한 이타주의를 일상 속에서 실천하고 배워가는 놀라운 청소년들이라니.

책 속 인터뷰 중에 나의 마음을 가장 울린 것은 15세 매디였다. 나이 많은 유기견을 구조해서 노인이 있는 가정에 입양시켜 노견과 노인이 서로 의지하며 살도록 돕는 단체에서 자원봉사자로 활동하는 매디는 동물을 돕는 일을 하고 싶지만 주저하는 사람들에게 조언한다. “일단 시작해 보세요. 잃을 것은 아무것도 없어요.” 그들이 만들어가는 세상에서 빨리 살고 싶다.

김보경 책공장더불어 대표

참고한 책: ‘개에게 인간은 친구일까?’, 로브 레이들로, 책공장더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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