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고생 골퍼 성은정이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 근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임민환 기자.
[한국스포츠경제 박종민] 올해 세계를 놀라게 한 한국인 여고생 골퍼가 있다. 성은정(17ㆍ영파여고) 얘기다. 성은정은 지난 여름 US여자주니어골프 선수권과 US여자아마추어 선수권에서 모두 정상에 올랐다. 두 대회를 같은 해에 우승한 것은 미국여자골프 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남자골프에선 타이거 우즈(41ㆍ미국)만이 이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성은정에게 '아마추어 우승 경력으로는 우즈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고 말을 건넸다. 그러자 그는 "우즈는 상상할 수 없는 존재인데 비교되는 자체가 영광이다. 우즈처럼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나가겠다"며 "자신감을 얻게 됐다"고 입을 열었다.
성은정은 한국여자골프 기대주 1순위다. 골프계에선 "골프천재는 11년마다 등장한다"는 말이 나온다. 1977년생인 박세리(하나금융)와 1988년생인 박인비(KB금융) 다음 '골프여제'는 1999년생인 성은정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성은정은 "황금세대인 1995년생 언니들(김효주 고진영 김민선 등)도 우리 1999년생들을 칭찬하신다. 동갑내기인 최혜진, 윤민경 등 모두 잘 친다. 국가대표 선수들도 많다"며 부끄러워했다.
성은정은 여고생 신분으로 지난달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KEB 하나은행 챔피언십에 출전했다. 그는 1라운드 후 진행된 박세리의 은퇴식도 지켜봤다. 성은정은 "박세리 선배님이 없었다면 골프를 시작하지 않았을 수 있다. 선배님 같이 국위선양을 하고 싶다. 더 열심히 연습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선배님과 포옹할 뻔했는데 기다리는 선수들의 줄이 끊겨 아쉽게 그러지 못했다. 우상의 모습을 바라보기만 했다"고 떠올렸다.
지난 8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골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박인비에 대해선 "선배님의 모습을 보면서 올림픽에 나가고 싶어졌다. 메이저 우승은 1년 가지만, 올림픽 우승은 4년 가지 않나"고 웃으며 "모든 메이저를 석권하신 것 같다. 꿈이 커졌다"고 언급했다.
▲ 사인공을 든 성은정이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다./사진=임민환 기자.
성은정의 머릿 속에는 향후 계획들이 정리돼 있었다. 빠르면 내년 10월 이후 프로에 진출할 수 있는 그는 "이번 겨울 훈련은 호주에서 할 예정이다. 티샷을 가다듬으며 호주오픈, 호주 아마추어 대회에 출전하려 한다"며 "우승을 하면 ANA 인스퍼레이션 등에 초청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아마추어를 평정하고 싶었는데 결국 목표를 이뤘다"던 성은정은 "내년엔 프로 대회에서 우승하고 2018년엔 KLPGA 투어 신인왕을 거머쥐고 싶다. 2019년엔 세계랭킹을 올려 2020년 도쿄올림픽에 나가는 게 목표다"고 연도별 목표를 밝혔다. 물론 "머지 않아 LPGA 진출도 염두에 두고 있다. 다만 내년 KLPGA에서 우승하지 못하면 프로 입문이 늦어진다. 점프(3부), 드림(2부) 투어 등 차근차근 밟아 올라가야 해 2019년에야 KLPGA에 데뷔할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미국 2부 투어나 퀄리파잉 스쿨로 시작할 생각이다"고 강조했다.
성은정은 프로 입문 후 가장 함께 라운드를 해보고 싶은 선수로 남자 세계랭킹 2위 로리 매킬로이(27ㆍ북아일랜드)를 꼽았다. 성은정은 "(매킬로이의) 경기를 찾아보는 편이다. 스윙도 좋고 공격적인 플레이 스타일이 마음에 든다"며 "경기할 때 독을 품기보다는 어느 정도 즐기면서도 승부처에 잘 치는 것 같다. 그런 점들을 배우고 싶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른 감은 잊지만, 그는 궁극적인 목표에 대해 "명예의 전당 입성"이라고 못 박았다. 아울러 먼 훗날 고(故) 아놀드 파머와 같은 '스타'로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싶다고 했다. 성은정이 말한 '스타'의 의미는 실력과 인성을 겸비한 영향력 있는 선수다.
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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