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일월드컵)2002년처럼 센세이션을 한 번 일으키고 싶다.”
20세 이하 월드컵 대표팀 감독에 깜짝 선임된 신태용(46) 감독의 포부다.
대한축구협회 이용수(57) 기술위원장은 U-20 대표팀 사령탑에 신태용 국가대표 코치를 발탁했다고 22일 발표했다. 신태용 감독은 자연스럽게 국가대표 코치에서는 빠진다.
U-20 월드컵은 내년 5월 한국에서 열린다.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대회 중 성인월드컵 다음으로 큰 대회다. 축구협회는 안방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2014년 12월 안익수(51) 감독을 선임해 오랜 기간 준비해왔다. 하지만 안 감독은 지난 달 아시아축구연맹(AFC) U-19 월드컵에서 조별리그도 통과하지 못해 충격을 안겼다. 기술위는 내년 U-20 월드컵에서 만족스런 결과를 내기 힘들다고 판단했고 안 감독이 물러났다. 대회를 반 년 앞둔 촉박한 상황에서 신 감독이 또 한 번 ‘구원투수’로 등판한다.
신 감독은 리우올림픽을 대비하던 고(故) 이광종 감독이 당시 병마로 더 이상 팀을 지도할 수 없게 되자 작년 2월 급작스럽게 올림픽대표팀을 맡았다. 올림픽 팀을 이끌고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을 통과했고 본선에서도 8강에 오르며 선전했다는 평을 받았다.
이 위원장은 22일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대표팀 코치로 남는 것이 신태용 감독의 미래를 위해 더 좋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 신 감독에게 미안한 마음이다”면서도 “한국에서 열리는 대회라 압박이 클 것으로 보여 국제 대회 경험이 풍부한 지도자를 뽑아야 했다”고 선임 배경을 설명했다. 이 위원장에 이어 취재진 앞에 선 신 감독은 “어제 늦게 연락을 받아 한숨도 못 잤다. 가족들이 다른 사람들은 다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데, 왜 위에서 아래로(대표팀 코치-올림픽 감독-청소년 감독) 내려가느냐는 농담도 하더라”면서도 “한국에서 열리는 월드컵이라 사명감이 크다. 2002년 한ㆍ일월드컵처럼 온 국민이 열광할 수 있도록 즐거운 축구, 공격적인 축구를 선보이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선수 시절 국내 최고 미드필더로 명성을 떨치면서도 국가대표와는 인연이 없었고 2002한ㆍ일월드컵에도 출전하지 못했다. 하지만 14년 만에 안방에서 열리는 월드컵에서 지도자로 도전장을 내밀게 됐다.
대회가 얼마 남지 않아 선수 파악부터 서둘러야 한다.
신 감독은 “전임 감독이 추려놨던 선수들이 80여 명에 달한다. 다음 달 제주도에서 2주 간 전지훈련이 예정돼있는데 빨리 분석해 옥석을 가리겠다. 내 축구 색깔에 맞는 옷을 선수들에게 어떻게 입힐 지 고민하겠다”고 구상을 전했다. U-20 대표팀에는 스페인 명문 바르셀로나B(2군) 소속인 백승호(19)와 후베닐A(유소년축구 최고레벨)에서 뛰는 이승우(18) 등 개성 넘치는 선수들이 속해 있다. 이들을 어떻게 활용 하느냐도 중요한 과제다. 신 감독은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신태용 감독이 U-20 대표팀으로 옮기면서 생긴 빈자리에는 새로운 외국인 코치를 발탁한다. 울리 슈틸리케(62ㆍ독일) 국가대표 감독에게 전술, 전략을 직접 조언할 수 있는 무게감 있는 지도자가 될 전망이다. 선수들 체력을 담당하는 까를로스 아르무아(67) 코치를 도울 피지컬 트레이너도 추가로 한 명 뽑는다.
파주=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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