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료품 지출 4분기째↓…의류·신발 실질소비는 14분기 연속 감소
가계소득이 좀처럼 늘지 않으면서 국민들의 허리띠 졸라매기가 사상 유례없이 길어지고 있다. 기본 식량인 쌀과 고기 소비가 줄어드는 건 물론이고, 기호식품인 커피도 안 마시는가 하면 옷도 안 사고 버티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의 소비위축은 지난 2008년 전 세계를 덮친 금융위기 당시보다도 심한 수준으로, 소비자심리가 조속히 회복되지 않는다면 내수 타격으로도 이어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7∼9월 전국의 2인 이상 가구당 식료품·비주류음료 지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3.2% 감소했다.
식료품과 비주류음료 지출은 작년 4분기 이후 4개 분기 연속으로 줄고 있다. 2003년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이후 최장기간 감소세다.
물가를 고려한 실질 지출규모로 봐도 식료품·비주류음료는 올 3분기 5.1% 줄며 1년째 감소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품목별로 보면 ‘채소 및 채소가공품’에 대한 실질지출 감소 폭이 17.3%로 가장 컸다. 8분기째, 그러니까 2년 내리 줄고 있다.
채소를 덜 먹으면 대신 밥이나 고기를 많이 먹어야 하지만 그렇지도 않다. 쌀을 포함한 곡물 소비(-7.9%)도 8분기 연속 줄고 있다. 육류(-5.5%)는 4분기째다.
신선수산동물(-11.4%·7분기째 감소), 유제품 및 알(-2.2%·16분기) 등도 예외가 아니다. 해산물이나 우유 등도 소비가 계속 줄고 있는 것이다.
커피 및 차(-5.7%·15분기)와 같은 기호식품 소비는 감소세가 더 오래됐다.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실질 소득이 작년 3분기부터 뒷걸음질 치면서 여유가 없어진 가계는 의류 관련 소비에도 지갑을 꽁꽁 닫고 있다.
전국 가계의 올 3분기 의류·신발 실질지출은 전년동기대비 0.7% 줄었다. 14분기(3년6개월) 연속 감소다.
겉옷 상·하의 등을 포함한 ‘직물 및 외의’는 1.3% 줄며 2013년 2분기(-0.8%)부터 14분기째 잇따라 감소하고 있다.
기타의복(-4.4%), 의복관련서비스(-9.4%)도 감소 폭이 컸다. 내의(3.0%)와 신발(1.9%) 등 품목만 소폭 증가했다. 이 중에서 내의 소비가 늘어난 것은 난방비를 줄이기 위한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가계의 3분기 소비성향은 71.5%로 작년 같은 기간과 동일한 수준에 머물렀다. 3분기 기준으로는 역대 최저 수준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최근 제조·유통 일괄형(SPA) 브랜드 등에서 저가의 의류를 찾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관련 지출도 줄어드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영창 기자 anti09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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