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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젊은층 EU 소속감 남달라… 전면적 변화는 없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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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젊은층 EU 소속감 남달라… 전면적 변화는 없을 것”

입력
2016.11.2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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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 EU’ 일부 움직임은 사실

오성운동은 기성정치 반감 때문

트럼프 당선에도 美와 관계 불변

정치ㆍ경제적 난민 모두 수용 입장

쉽지 않은 과제지만 협조해야

한국과 ‘녹색산업’ 교류 기대해

마르코 델라 세타 주한 이탈리아 대사가 11일 서울 용산구 주한 이탈리아 대사관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면서 이탈리아 영화와 음악을 사랑해 주는 한국의 예술 팬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있다. 그는 인터뷰가 끝나자 “서초구에서 열리는 이탈리아 영화제에 참석해야 한다”며 서둘러 움직였다.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ankookilbo.com
마르코 델라 세타 주한 이탈리아 대사가 11일 서울 용산구 주한 이탈리아 대사관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면서 이탈리아 영화와 음악을 사랑해 주는 한국의 예술 팬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있다. 그는 인터뷰가 끝나자 “서초구에서 열리는 이탈리아 영화제에 참석해야 한다”며 서둘러 움직였다.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ankookilbo.com

콜로세움 서기 80년, 파스타 9세기, 다비드상 1504년. 세계에 알려진 이탈리아의 ‘대표작’들은 최소 대여섯 세기, 최대 수천 년간 한결같은 모습으로 사랑받아 왔다. 때문에 늘 평온할 것만 같은 음식ㆍ예술ㆍ문화유적의 나라 이탈리아지만 이면에는 격동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또 다른 이탈리아가 있다. 올해 공화국 수립 70주년을 맞은 이탈리아는 12월 4일 개헌 국민투표를 앞둔 사회 혼란과 동시에 난민 위기와 유럽연합(EU)에 대한 회의론, 포퓰리즘 정치 등과 싸워내고 있다.

대내외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11일 서울 용산구 주한이탈리아대사관에서 만난 마르코 델라 세타 이탈리아 대사는 “이탈리아는 거센 파고 속에서 늘 튼튼하게 균형 잡아 왔다”며 안정감을 잃지 않았다. 특히 상원 의석 수를 줄여 하원에 무게를 둠으로써 법안 통과가 좀 더 용이하도록 하는 방향의 개헌에 대해서도 “이탈리아 내부에서는 논란이 많지만 국제질서에 큰 혼란을 줄 정도는 아니다”고 진단했다.

_개헌 국민투표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개헌 내용과 배경은.

“정치적 효율성과 안정성에 관한 개혁이며 이를 위해 앞서 수년간 논의를 거쳤다. 이탈리아 입법 체계는 무솔리니 독재 유산으로 만들어져 상ㆍ하원이 동등한 권한을 갖고 있다. 권력 분산이 지나쳐 때로는 법안이 양원에 갇혀 수년간 통과되지 못하기도 한다. 21세기엔 이런 비효율을 극복하고 하원에 보다 힘을 실어주자는 의도다. 개헌이 통과되면 정치적 안정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위험 요소도 많다.”

_결과 예측이 분분한데.

“아직 여론조사를 믿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도 미국 대선도 예측을 모두 비껴간 상황이라 지금은 결과를 지켜볼 수밖에 없다. 개인적 입장은 일부 유권자들에 영향을 줄 수 있어 밝히기 어렵지만, 무슨 결과든 이탈리아 사회에서 어떻게 실현될지가 더욱 중요하다. 아무리 최고의 헌법 체계를 가져도 사회마다 다른 반응을 보일 수 있다.”

이탈리아에 ‘국민투표’라는 단어가 언급된 것은 개헌 뿐만이 아니다. 영국이 4월 국민투표를 통해 브렉시트를 결정한 직후 이탈리아에서도 EU 탈퇴 국민투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특히 탈 EU 선봉에 선 제1야당이자 포퓰리즘 정당으로 꼽히는 오성운동(M5S)은 집권 민주당을 지지율 5%포인트 격차로 좁히며 맹추격하고 있다.

_이탈리아의 탈EU 움직임에 대한 우려도 컸는데.

“일부 움직임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사회 전체에 적대감이 형성돼 전면적 변화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다. 이탈리아는 EU 전신인 유럽공동체(EC) 초기 멤버로 영국과는 출발이 다르다. 유럽에 대한 이탈리아인들의 애정, 특히 에라스무스(유럽 대학 간 교류 프로그램) 등을 통해 EU 시민으로 교육받아 온 젊은 세대들의 EU 소속감은 남다르다.”

_EU회의론을 대표하는 오성운동이 약진하고 있지 않나.

“오성운동이 EU의 결실을 비판하는 일부 여론을 반영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이런 정당이 등장한 것이 완전히 새로운 현상은 아니며, 오성운동이 부상한 주된 이유도 EU 회의론보다는 기성 정치에 대한 반감 때문이다. 오성운동 스스로도 그를 매우 잘 알고 있고 적극 활용하고 있다.”

_오성운동 이전 이탈리아는 베를루스코니 정권에서 이미 포퓰리즘 정치를 겪었다.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부쩍 베를루스코니에 대한 언급이 늘었는데.

“기성 정치에 속하지 않은 사업가였다는 점은 두 인물의 공통점이다. 세계 곳곳에서 기성 정치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족이 표출되고 있다. 영국, 이탈리아, 미국 모두 그렇고 한국도 마찬가지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1992년 ‘마니 풀리테’(mani puliteㆍ깨끗한 손)라고 불리는 부패 청산운동으로 생긴 정치 공백에서 탄생한 사람으로, 새로운 변화를 원하는 국민이 내린 선택이었다. 물론 그 외 복잡한 요인들 때문에 양국 상황을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_트럼프 시대의 대미 관계와 관련한 우려는 없나.

“이탈리아와 미국은 역사적으로 굉장히 깊은 관계기 때문에 대통령 1명이 바뀐다 해서 함부로 흔들 수 없다. 2차 대전으로 인한 역사적 관계뿐 아니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동맹이며 현재 수천 명의 이탈리아군이 미국의 요청에 따라 아프간에서 활동 중이다. 양국 간 살아 숨쉬는 우호적인 감정들 덕분에 개인적으로는 크게 염려하지 않는다.”

이탈리아 사회의 또 다른 축은 난민 문제다. 중동ㆍ아프리카에서 몰려드는 난민 구조를 위해 이탈리아 해상 경비대, 적십자 등이 힘을 쏟고 있으나 올해 지중해에서 숨진 난민 수는 역대 최다인 4,621명에 달했다. 마르코 델라 세타 대사는 ‘난민’보다는 중립적 단어인 ‘이민자’로 칭해야 한다며 “이민자 문제는 유럽 국가 모두가 직면한 최대 난제”라고 역설했다.

_이민자에 대한 최근 이탈리아 정부의 입장은.

“이탈리아는 인간의 존엄성이란 가치를 지키려고 노력 중이다. 정치적 난민, 경제적 이민자들 모두 받아들여져야 한다는 것이 기본적 입장이다. 무작정 배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옳지도 않다. 이탈리아인들도 빈곤을 이기지 못하고 외국으로 이주했던 과거가 있다. 이제는 우리가 받아들여야 할 위치다.”

_하지만 모든 이민자를 수용할 수도 없는 상황인데.

“물론 이탈리아만이 아니라 유럽 전체에게 절대 쉽지 않은 과제다. 일부 적대감 있는 것도 사실이고 구조, 보건서비스 제공 등에 필요한 예산 문제도 얽혀 있다. 반대로 이민자들이 대체로 젊고 교육 수준이 높아 이탈리아의 고령화 문제를 해결할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실제 1970~80년대 고령화 문제에 시달리던 프랑스도 이민자 덕분에 인구 증가세로 돌아섰다. 다른 유럽 국가들에 예산 등 협조 요청하며 방안 모색 중이다.”

_구조와 수용, 다음 단계는 무엇일까.

“다음 과제는 아프리카 지역 개발과 중동 평화 정착이다. 궁극적으로 이민자들이 모국에 머물러 살 수 있게끔 개발을 돕는 것인데, 단순 구조나 수용보다 훨씬 어렵고 중요한 과제다. 아프리카 국가들에 대사관을 추가 신설하는 등 노력하고 있지만 상당한 장기전이 될 것이다.”

한국과 이탈리아 수교 역사도 2014년을 기점으로 130년을 넘겼다. 문화예술 강국의 사절답게 마르코 델라 세타 대사는 디자인, 음악 등 문화 행사에 참석하는 모습이 자주 전해지지만, 주력 업무에 대한 질문에 의외로 “이탈리아 경제 사절단뿐 아니라 매주 한국을 새로 찾는 기업들로 대사관도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고 답했다.

_명품, 와인 외 한국 국민들이 떠올리는 이탈리아 제품이 많지 않은데.

“경제 협력 증진은 대사관 업무 중 3분의 2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중대하다. 지난해 이탈리아는 유럽 내 영국과 독일 다음으로 한국 제품을 가장 많이 수입하는 국가였다. 한국도 이탈리아에게 아시아 내 세 번째로 큰 시장이다. 무역 규모 커지고 있을 뿐 아니라 소비재, 기계설비 등 사업 분야도 상당히 균형 잡혀 있다. 이탈리아는 명품이 다가 아니다.”

_향후 교류가 더욱 기대되는 분야는.

“녹색 산업에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바이오농업은 이탈리아가 강점 가진 산업이다. 음식은 산업과 문화가 만날 수 있는 특별한 분야다. 때문에 21일부터 6일간 ‘제1회 세계 이탈리아 음식주간’이 열린다. 서울대, 인사동 등에서 요리 수업, 음식ㆍ건강에 관한 세미나 등 다양한 행사를 계획했다. 한국 국민이 좋아하는 이탈리아 식문화를 한데 아울러 모아 보자는 의미에서 이뤄지는 첫 시도인데, 반응이 좋아 향후에도 매해 새로운 이탈리아 음식들을 소개해 드릴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정원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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