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수사 결과에 국정 복귀 미뤄
탄핵 동력에 힘 보태지 않기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 복귀 수순을 일시 중단하고 청와대 칩거에 들어갔다. 분노한 여론이 누그러지기를 기다리겠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22일 예정된 국무회의를 6주 만에 청와대에서 주재하며 국정운영 재개를 공식화하려 했다. 지난 주 차관 인사를 단행하고 청와대가 12월 한중일 정상회담 참석 계획을 밝히는 등 분위기도 잡아 둔 터였다. 그러나 20일 박 대통령을 최순실(60ㆍ구속) 게이트의 공범으로 지목한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오고 야당이 대통령 탄핵에 속도를 내자 한 걸음 물러섰다. 박 대통령은 22일 오후에 귀국하는 황교안 국무총리 대신에 유일호 경제부총리에게 국무회의 주재를 맡겼다.
청와대 관계자는 21일 “이런 분위기에서 박 대통령이 어떻게 국정 전면에 나서겠느냐”며 주말 사이에 달라진 기류를 전하고“박 대통령이 청와대 참모들과의 회의를 비롯한 최소한의 내부 일정만 소화할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의 청와대 두문불출에 따른 국정 공백이 한 동안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청와대 내부 분위기는 여전히 박 대통령의 자발적 퇴진과는 거리가 멀다. 시간을 벌며 반격 기회를 찾겠다는 것이 청와대의 속내다. 다만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26일 ‘박 대통령 퇴진 요구 촛불집회’를 앞두고, 민심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몸 낮추기 행보에 들어간 것이다. 야당에 ‘탄핵 동력’을 보태주지 않기 위해서다.
청와대는 전날 검찰 수사 결과를 놓고 “합법적 절차에 따라 하루 빨리 이 논란(최순실 게이트)이 매듭지어 지기를 바란다”며 탄핵을 자청하는 듯한 강경한 태도를 취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이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의 탄핵 당론 채택에 대해 아무런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청와대는 앞으로 최순실 특검과 국회 탄핵 절차의 고비마다 새로운 카드를 들고 나와 시간을 끌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 퇴진을 전제로 한 국회의 국무총리 후보자 추천은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야당의 ‘선(先) 황교안 총리 교체ㆍ후(後) 탄핵’ 일정에 제동을 걸었다. 박 대통령의 유영하 변호사가 전날 “중립적인 특검 수사에 대비하겠다”고 한 것도 야당이 단독으로 추천하는 특검의 편파성을 문제 삼으려는 전략이라는 해석을 낳았다. 특검 출범이 늦어지면, 탄핵의 결정적 명분이 될 박 대통령 혐의 입증도 지연된다.
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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