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서 “송씨-김 전 실장 청와대서 만나” 진술
‘최순실 사단’ 국정농단에 金 관여 의혹 확산
최순실(60ㆍ구속기소)씨의 최측근인 차은택(47ㆍ구속)씨가 송성각(58ㆍ구속)씨의 한국콘텐츠진흥원장 선임경위와 관련해 검찰에서 “내가 송씨를 김기춘(77)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소개해 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콘텐츠진흥원장 공모 당시 송씨는 부실하기 짝이 없는 이력서(본보 12일자 3면)를 냈는데도 원장 자리를 꿰찼다. 김 전 실장이 이른바 ‘최순실 사단’의 인사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혹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21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지검장)는 최근 차씨로부터 이 같은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차씨는 검찰 조사에서 “송씨가 콘텐츠진흥원장에 선임(2014년 12월)되기 전에 그를 김기춘 당시 비서실장에게 소개했고, 두 사람을 청와대에서 만나도록 해 줬다”고 말했다. 2014년 8월 대통령 직속 문화융성위원으로 위촉된 차씨는 당시 기획한 행사마다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해 ‘문화계의 황태자’로 떠오르고 있었다. 차씨의 ‘대부’로 알려진 송씨는 김 전 실장과의 만남 직후 실제로 원장 자리에 올랐다가 최씨의 국정농단 의혹이 본격화하자 사임했고, 포스코의 광고계열사였던 포레카의 지분 강탈 사건에 연루돼 구속됐다.
청와대 인사위원장을 겸하는 대통령 비서실장이 차관급인 콘텐츠진흥원장 후보와 면담을 하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두 사람을 연결해 준 인물이 다름아닌 차씨였다는 사실은 김 전 실장이 ‘최순실-차은택’ 라인과 연관됐다는 의심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김종(55)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검찰 조사에서 “김 전 실장을 통해 최씨를 알게 됐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김 전 실장은 여전히 “김 전 차관이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겠다. 최씨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검찰은 김 전 실장을 둘러싼 의혹들의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조만간 그를 소환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아직은 김 전 실장의 특별한 범죄혐의가 발견된 바 없지만, 관련 의혹들은 계속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특히 송씨가 수준 이하의 수기 이력서를 냈는데도 서류 심사를 2위로 통과했고 면접점수도 3위에 그쳤는데 결국 콘텐츠진흥원장이 된 점에 주목, 차씨나 최씨 또는 김 전 실장의 ‘입김’이 작용했는지 수사 중이다. 직권남용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김 전 차관과 최씨의 조카 장시호(37)씨는 이날 밤 구속됐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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