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비박계가 주도하는 비상시국위원회가 당 윤리위원회에 박근혜 대통령의 징계를 요구했다. 집권여당이 당 소속 대통령의 징계를 추진하는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려운 일로, 사실상 박 대통령에게 당을 나가라고 압박하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비상시국위는 21일 당 사무처에 낸 징계요구서에서 당규 제20조인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와 ‘현행 법령 및 당헌ㆍ당규ㆍ윤리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하였을 때’를 징계 사유로 들었다. 또한 뇌물과 불법정치자금 공여 및 수수, 직권남용 등 부정부패 범죄에 연루되면 기소와 동시에 당원권이 정지된다는 당규 제22조도 언급했다. 이들은 “일반 국민이나 당원이라면 당연히 기소됐을 문제이나, 대통령은 헌법상 불소추 특권을 갖고 있어 기소를 못하는 상황”이라며 “현재까지 드러난 위법행위만으로도 징계는 불가피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징계요구서에는 비상시국위 소속 현역 의원 29명과 원외 당협위원장 7명 등 36명이 서명했다. 비상시국위 대변인 격인 황영철 의원은 “우리 손으로 대통령 징계요구서를 작성하게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너무도 참담하고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하지만 윤리위가 징계 결정을 하더라도 의결권한이 있는 친박 지도부가 거부하면 징계가 불가능하다는 회의론도 적지 않다. 이진곤 윤리위원장은 본보 통화에서 “빠른 시일 내에 윤리위 회의를 소집해 징계 대상 여부를 따져보고 조사 권한이 있는 윤리관을 선임해 심사에 들어갈 것”이라며 “검찰 공소장에 공모관계의 피의자로 적시된 것을 기소와 같다고 볼 수 있을지 등도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그러면서 “당 최고위원회가 윤리위 결정을 거부했을 때 닥칠 여파를 생각하면 그런 부담스런 결정을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징계에는 ▦제명 ▦탈당 권유 ▦당원권 정지 ▦경고가 있다. 탈당 권유를 받고 10일 안에 탈당하지 않으면 즉시 제명된다. 한 당직자는 “당에서는 다들 내심 박 대통령 스스로 (탈당) 결단을 하기를 원하는 분위기”라며 “평의원이나 일반 당원이라면 어땠을지 상식적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과 친박 지도부의 버티기가 계속되자 탈당 움직임도 현실화하고 있다. 차기 대선 주자 중 하나인 남경필 경기지사와 개혁파인 김용태 의원은 22일 탈당을 선언할 예정이다. 남 지사 측 관계자는 “선도 탈당으로 새 세력을 구축할 때”라며 “이번 주말 촛불집회에서 더 큰 민심의 분노를 확인하면 추가 탈당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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