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 이미 ‘현금 없는 사회’ 실험
덴마크, 크로네 생산 전면 중단
佛, 1000유로 초과 현금결제 불가
/그림 1게티이미지뱅크
주머니나 지갑 속에 걸리적거리는 동전을 원하지 않을 경우, 동전 없이도 생활할 수 있게 만들겠다는 이른바 ‘동전 없는 사회’가 차츰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통화당국이 내년부터는 전국 편의점에서 거스름돈을 교통카드에 충전해 주는 실험을 시작하기로 했다.
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은은 올 연말이나 내년 초 경쟁입찰을 거쳐 국내 편의점 업체 1,2개를 선정, 이들의 전국 체인점에서 내년 상반기 중부터 시범사업을 펼칠 계획이다. 가령 편의점에서 2만원을 내고 물건을 산 뒤 2,500원이 남았다면 이를 편의점에서 곧바로 선불식 교통카드에 충전해주는 방식이다.
시행 성과를 보아 한은은 이 사업을 약국ㆍ마트 등 소액결제가 많은 곳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또 선불식 교통카드 충전 문화가 정착되면 편의점 등에서 생긴 잔돈을 개인계좌로 직접 송금해주는 방안도 현재 준비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한은의 이 같은 움직임은 매년 동전발행에 400억~500억원의 비용이 들지만 사용ㆍ보관ㆍ휴대 등의 불편함 때문에 반대로 동전 사용은 갈수록 줄고 있기 때문이다. 2020년까지 동전 없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운 한은이 이번 시범사업으로 궁극적으로는 ‘현금 없는 사회’의 첫 발을 뗀 셈이다. 김정혁 한은 전자금융기획팀장은 “2020년 이후 동전이 완전히 사라지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원하지 않는 사람은 동전 없는 생활이 가능하도록 인프라를 갖추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미 우리 국민의 신용카드와 체크ㆍ직불카드 보유율은 각각 90.2%, 96.1%에 달한다. 지난해 조사에선 신용카드(39.7%)가 현금(36.0%)을 제치고 가장 많이 이용한 지급수단으로 꼽히기도 했다. 지난달부터 국민은행은 현금으로 공과금ㆍ등록금을 납부한 뒤 생긴 동전을 해당 고객 계좌로 입금해주고,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잔돈을 네이버 포인트로 충전해주고 있을 만큼 현실에서의 변화도 이미 진행 중이다.
서구권은 벌써 현금 없는 사회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현금은 발행ㆍ보관ㆍ운반ㆍ유통 등에 들어가는 비용이 막대하고, 탈세 등 세수 손실에도 영향을 미친다. 현금사용으로 인한 각종 범죄도 골칫거리다. 덴마크 국립은행은 올해 말부터 크로네(덴마크 통화)의 자국 내 생산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스웨덴에서는 대중교통의 현금결제를 금지했고, 프랑스ㆍ스페인ㆍ벨기에서는 각각 1,000유로ㆍ2,500유로ㆍ5,000유로가 넘는 물품을 구입할 때는 현금을 쓸 수 없다.
변태섭 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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