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원고 기억교실 첫 공개
안산교육지원청 별관으로 이전
3개월 구현작업 거쳐 복원
“낙서가 빼곡한 칠판, 공지사항이 적힌 게시판, 교실은 모든 게 그대로인데 친구들 웃음소리가 없어서 허전해요.” 대학교 1학년 장예진(19)양은 21일 경기 안산시 단원구 안산교육지원청 별관에 재현된 단원고 ‘기억교실’을 찾았다. 안산 단원고를 졸업한 예진양은 2014년 4월16일 수학여행을 떠났다가 전남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하는 세월호 속에 친구 250명을 떠나 보냈다. 이날 학교 수업이 없는 틈을 타 홀로 기억교실을 방문한 예진양은 “교실을 재현한 것처럼 진상규명, 선체인양 등 진실을 바로 세우는 작업들도 서둘러 진행됐으면 좋겠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들이 사용하던 ‘기억교실’이 안산교육지원청 별관으로 임시 이전한지 92일 만에 첫 공개됐다. 기억교실은 지난 5월 4ㆍ16가족협의회, 경기도교육청 등 7개 기관ㆍ단체가 진통 끝에 합의한 4ㆍ16 안전교육시설 건립을 위한 협약에 따라 8월 이곳으로 옮겨진 뒤 3개월여 구현작업을 거쳐 복원됐다. 안산교육지원청 별관 1층에는 1~4반 교실이, 2층에는 5~10반 교실이 실제 면적보다 10~20㎡씩 작은 규모로 마련됐다. 희생교사들의 채취가 묻은 유품은 8반 교실 옆 ‘기억교무실’에 별도로 놓였다.
교실 복도 곳곳에는 ‘우리는 이웃입니다. 힘내세요!’라고 쓴 노란별 액자와 희생자를 추모하는 그림, 정부를 풍자한 그림 등 60여 점이 게재됐다. 모두 예술가와 시민들이 기증한 것이다. 노란 리본 밑에 아이들의 얼굴을 열매처럼 맺은 ‘기억의 나무’ 두 그루는 1층 입구에 자리 잡았다. 2층 계단과 마주한 벽면에는 생전 환하게 웃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한데 모아 만든 대형 사진도 내걸렸다.
예진양에 앞서 희생학생 유가족 가운데 가장 먼저 기억교실을 둘러본 고 전찬호군의 아버지 전명선(44) 4ㆍ16가족협의회 위원장은 “참사 2년7개월이 지났지만 학교교육은 바뀌지 않았다”며 “기억교실이 참교육, 안전교육의 장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교육청과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상규명과 관련해선 “국정조사와 특검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의 참사 당시 7시간에 대한 조사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며 “세월호특별법을 다시 제정하고 2기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도 꾸려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기억교실을 찾은 고 조은정양의 어머니 박정화(50)씨도 참사의 진실이 밝혀지길 간절히 바랐다. 박씨는 딸이 생전에 사용했던 2학년 9반 책상에 10여분간 앉아 유품을 어루만지며 ‘너무 보고 싶은 내 딸 은정아. 너희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진실을 꼭 밝히고 갈게…’라는 편지를 썼다. 그는 “어른들 말만 믿고 배에서 기다렸을 아이들이 얼마나 억울해 했겠어요”라며 촉촉해진 눈가를 닦았다.
이번에 공개된 기억교실은 2019년 5월 ‘4ㆍ16 안전교육시설’이 개원하면 이곳 기억공간으로 최종 이전될 예정이다. 안전교육시설은 단원고 인근 시유지 4,431㎡에 연면적 3,835㎡ 규모로 들어선다. 사업비 90억 원은 도교육청과 경기도가 절반씩 부담한다.
4ㆍ16가족협의회 소속 4ㆍ16기억저장소는 교육시설 준공 때까지 교육지원청 내 기억교실을 방문하는 추모객을 대상으로 ‘기억교실→기억전시관→단원고→합동분향소’를 둘러보는 ‘기억과 순례의 길’ 프로그램을 이달 말부터 운영할 계획이다. 기억교실 개방시간은 월~금요일 오전 9시∼오후 6시, 토요일 오전 10시∼오후 5시이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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