非약물 중독 사회적 폐해 토론회
마약이나 알코올 같은 ‘물질 중독’과 구분되는 스마트폰 중독 등 ‘비(非)약물 중독’에 대한 사회적 병폐를 알리는 토론회가 개최됐다.
강원랜드 후원으로 21일 서울 영등포구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비약물 중독 치유 해법 콘퍼런스’에서 한금선 고려대 간호학과 교수는 “스마트폰 중독 문제는 휴대폰 보급이 늘어나면서 심화하고 있는데, 허리디스크 등 개인에게 신체 피해를 미치는 차원에서 그치지 않고 대인기피 현상과 업무수행 차질, 학업 부적응 등 사회적인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래창조과학부 통계에 따르면, 10~49세 스마트폰 이용자 가운데 중독자 비율은 2011년 8.4%에서 2014년 14.2%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도박 중독자 비율(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집계)이 2008년 9.5%에서 올해 5.1%로 꾸준히 감소하고 있는 상황과 대조된다. 한 교수는 “흔히 중독이라는 말을 들으면 자기 파멸을 불러오는 도박을 떠올리기 쉽지만, 최근 들어서는 실생활과 밀접한 스마트폰의 폐해가 더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비약물 중독은 문제 해결을 위해 개인의 노력뿐만 아니라 사회적 지원이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이상규 한림대 정신의학과 교수는 “비약물 중독은 생물학적 특성뿐만 아니라 심리ㆍ사회적 요인 등 다양한 경로로 영향을 받는 질환”이라며“하나의 방법만으로는 효과적인 예방, 치료를 하기 힘들기 때문에 미디어를 통한 예방교육을 비롯해 지역사회의 치료 인프라 구축 및 사후 관리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콘퍼런스에는 세계적인 중독 분야 전문가인 마크 포텐자 예일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도 참석해 비약물 중독 문제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포텐자 교수는 “비약물 중독 치료와 예방 대책은 세계보건기구를 포함해 여러 국제기구가 중요하게 다루는 주제 중 하나”라며 “실효성 있는 보건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비약물 중독을 무엇으로 볼 것인지 정의를 내리는 것부터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함승희 강원랜드 대표는 "비약물 중독은 이미 우리 일상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지만 눈에 잘 보이지 않아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며 "무엇보다 이들 중독에 대한 폐해를 공론화하는 작업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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