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통화 시점 등 기록 분석
수배 중 두 사람 만났는지 조사
현 前수석 “친분 있지만… 사실무근”
검찰이 해운대 엘시티 시행사 실소유주 이영복(66ㆍ구속) 회장의 석 달간 도피과정에서 현기환(57ㆍ사진)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수 차례 통화한 정황을 확보,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다.
부산지검 특수부(부장 임관혁)는 이 회장이 검찰 소환에 불응하고 도피하던 지난 8~10월 현 전 수석과 수 차례 통화한 기록을 확보한 것으로 21일 알려졌다. 검찰은 이 회장의 대포폰을 추가로 확보해 이 회장과 현 전 수석의 통화시점과 횟수 등 통화기록을 분석하고 수배기간 두 사람이 만났는지를 조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현 수석이 평소 이 회장과 자주 골프를 질 청도로 친분이 두터워 이 회장의 도피에 직간접적인 도움을 준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되고 있다.
현 전 수석은 2004년 부산시장 경제노동 특별보좌관, 2008년 부산 사하갑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국회의원을 거쳐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청와대 정무수석을 맡았다. 현 전 수석의 사퇴 직후인 7월 엘시티 시행사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에 대해 현 전 수석은 21일 “관련의혹은 사실무근”이라며 발끈했다. 그는 ‘엘시티 수사와 관련한 입장’이라는 글에서 “검찰의 엘시티 수사와 관련한 일부 언론의 악의적 보도에 유감”이라며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추측보도에 법적 대응할 방침이다”고 밝혔다. 현 전 수석은 또 “이 회장과 개인적 친분이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어디까지나 인간적인 관계일 뿐이고 이 회장이 추진해온 엘시티 사업과 관련해 어떤 청탁이나 압력도 행사한 적이 없고 도피에 협조한 사실도 없다”고 덧붙였다.
현 전 수석과 관련된 보도에 대해 윤대진 부산지검 2차장은 “검찰이 확인해준 내용이 아니고 현 전 수석 소환 방침이라는 보도도 사실이 아니다”며 말을 아꼈다. 이를 두고 최근 수사를 통해 이 회장 로비 의혹의 구체적인 정황을 확보한 검찰이 극도의 보안을 유지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검찰은 지난 18일 정기룡(59) 전 부산시 경제특보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고 19일 전국 7곳 골프장을 압수수색을 실시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또 20일에는 황태현 전 포스코건설 사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국내외 건설업체가 손을 뗀 엘시티 사업에 포스코건설이 지난해 시공사로 등장한 배경을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정치섭 기자 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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