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3분기 국적별 판매량 점유율
中, 불과 0.3p%차로 바짝 추격
고화질^OLED 등 아직 큰 격차
“고가제품시장에 초점” 목소리
스마트폰도 중국 톱3가 삼성 추월
중국이 전세계 TV 시장에서 점유율 1위인 우리나라 업체들을 턱 밑까지 바짝 추격했다. 최근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판매량 1위인 삼성전자의 점유율을 넘어선 중국 업체들은 이제 ‘TV 최강국’ 자리까지 넘보고 있다.
21일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세계 TV 시장에서 제조업체의 국적별 판매량 점유율은 한국이 32.2%로 1위를 지켰다. 하지만 2위 중국이 31.9%를 차지하며 우리나라와의 격차를 0.3%포인트까지 좁혔다. 한국은 1분기 34.2%에서 2분기 35.4%로 점유율을 소폭 끌어올렸으나 3분기에 다시 3.2%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중국은 1분기 31.4%에서 2분기 28.9%로 내려갔다가 3분기에 31.9%로 다시 치고 올라왔다.
한국과 중국의 점유율 차이가 1%포인트 이내로 좁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분기에 2.3%포인트까지 줄었던 격차는 2분기 다시 6.5%포인트로 벌어지며 한 숨 돌리는 듯했지만 다시 한 분기 만에 역대 최소 격차로 좁혀졌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원래 신제품 출시나 소비 심리 등 여러 가지 시장 상황에 따라 점유율 격차가 줄었다 늘었다 하는 경향을 보이지만 그 폭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며 “한국이 곧 중국에 따라 잡힐 가능성이 높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런 우려는 이미 스마트폰 쪽에서 현실로 나타났다. 이날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3분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중국 스마트폰 ‘톱3’인 화웨이, 오포, 비보의 합산 점유율(21%)이 삼성전자(19.2%)보다 높았다고 발표했다. 애플을 포함한 상위 5개 스마트폰 업체 가운데 중국의 3개 업체만 전년 대비 판매량과 점유율에서 증가세를 보였다는 점이 더욱 위협적이다.
한국이 TV 시장에서도 ‘최강국’ 자리를 중국에 빼앗길 것이라는 우려는 계속 제기돼 왔다. 우리나라는 2012년 세계 TV 시장에서 일본을 제치고 국가별 점유율 1위로 올라선 이후 4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2010년쯤부터 중국 정부가 국산 가전 확대를 목표로 자국 전자업체들에게 보조금을 쏟아내면서 TV 시장 지형에도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소형 액정표시장치(LCD) TV 시장은 중국 업체들이 점령한 지 오래됐고, 현재는 대형 제품을 포함한 LCD TV 시장 전체를 중국 업체들이 독식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직 자국 시장 판매 비중이 약 80%로 높은 것이 중국 업체들의 한계이지만, 스마트폰처럼 해외 시장에서도 영향력을 조금씩 확대해 나가고 있다.
중국의 거센 추격 속에서 국내 업체들은 3위로 추락한 ‘옛 TV 왕국’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고가 제품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고화질의 양자점(퀀텀닷) TV 시장을 선도하고 있고, LG전자는 전 세계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시장에서 90% 이상의 압도적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국가별 점유율에선 중국이 한국을 바짝 따라 붙었지만, 업체별 점유율은 2분기 기준 삼성전자(22.2%)와 LG전자(13.1%)가 1, 2위 자리를 안정적으로 지키고 있다. TCL, 하이센스, 스카이워스 등 중국 업체들의 개별 점유율은 5% 안팎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OLED TV같은 고가 제품에서 한국과 중국의 기술 격차는 아직 큰 편”이라며 “우리 업체들은 광활한 내수 시장을 등에 업은 중국 업체들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고수익을 낼 수 있는 고가 제품 시장에서 확실한 우위를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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