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한국시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이 막을 내린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의 티뷰론 골프클럽(파72ㆍ6,540야드)은 ‘신(神)의 장난’이 자주 일어나는 곳으로 악명이 높다. 경기 막판 역전극이 자주 일어나기 때문이다. 미국 골프채널 역시 “시즌 최종전이 열리는 이곳에서 여러 편의 드라마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전인지(22ㆍ하이트진로)가 ‘신의 선택’을 받고 시즌 최저타수상(일명 베어트로피)에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 올 시즌 신인왕에 이어 2관왕이다. 한 시즌에 신인상과 베어트로피를 동시에 수상한 것은 1978년 낸시 로페즈(미국) 이후 LPGA 역사상 두 번째다.
우승 경쟁보다 더 치열했던 최저타 경쟁이었다. 지난달 신인왕을 확정한 전인지는 이 대회 전까지 69.632타로 뉴질랜드 동포 리디아 고(19ㆍ69.611타)에 0.021타 뒤져있었다.
리디아 고는 이날 10번홀부터 3개홀 연속 버디를 잡아내더니 16번홀(파3)에서도 버디를 추가, 최저타수상을 예약하는 듯했다. 그러나 전인지는 리디아 고와 같은 조에서 경기하면서 14번홀까지 버디 2개, 더블보기 1개, 보기 1개로 1타를 잃고 있었다.
하지만 17번홀(파5)에서 ‘신의 심술’이 발동했다. 잘 나가던 리디아 고가 갑작스러운 티샷 실수를 하며 보기를 적어낸 사이 전인지는 무난하게 버디를 잡았다. 이때까지도 리디아 고가 평균타수에서 0.001타 앞서있었다.
그러나 마지막 홀, 마지막 퍼트에서 대역전극이 펼쳐졌다. 리디아 고는 마지막 홀에서 버디에 실패해 파를 적어내고 먼저 홀아웃했다. 반면 전인지는 3m 남짓한 버디를 침착하게 넣으면서 올 시즌 평균 타수 1, 2위 순위가 뒤바뀌었다.
이날 13언더파 275타를 적어낸 전인지는 올 시즌 평균 타수 69.583타(72라운드 5,010타)를, 11언더파 277타를 기록한 리디아 고는 평균 타수 69.596타(94라운드 6,542타)로 0.013타 차로 희비가 엇갈렸다. 전인지는 부상 탓에 리디아 고보다 5개 적은 19개 대회에만 출전했다. 그는 “마지막 퍼트가 베어트로피를 결정하는지 모르고 있었다. 놀라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다 잡았던 베어트로피를 놓친 리디아 고는 “후반에는 퍼트가 잘 돼 끝까지 열심히 싸웠다. 전인지의 피니시는 정말 대단했다”며 전인지의 수상을 축하했다. 지난해 올해의 선수, 상금왕을 차지했던 리디아 고는 올해 4승을 거두고도 ‘무관’으로 시즌을 마쳤다. 시즌 5승을 거둔 에리야 쭈타누깐(21ㆍ태국)은 이날 합계 14언더파 274타로 공동 4위에 올라 올해의 선수상과 상금왕을 확정했다. 쭈타누깐은 또 시즌 성적을 포인트로 환산한 레이스 투 CME글로브 포인트에서도 1위에 올라 보너스 상금 100만 달러를 받았다.
한국 선수 시즌 10승 합작의 선봉에 나섰던 유소연(26ㆍ하나금융그룹)은 후반에 나온 뼈아픈 보기 하나로 27개월 만에 찾아온 우승 기회를 놓쳤다. 유소연은 5타를 줄여 합계 17언더파 271타를 적어냈지만 찰리 헐(20ㆍ영국)에 2타 뒤진 2위에 만족했다. 박인비가 부상으로 결장한 탓에 한국 선수들은 올 시즌 9승을 합작하는 데 그쳐, 2013년 이후 4년 연속 두 자릿수 우승 달성에 실패했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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