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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언론학자들도 '박근혜 하야' 한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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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언론학자들도 '박근혜 하야' 한목소리"

입력
2016.11.21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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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진 미국 미시간대 교수는 20일 발표한 북미 한인 언론학자들의 시국선언에 대해 “한국을 떠나 있지만 불의한 권력에 맞서는 국민을 같은 마음으로 응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곽노진 교수 제공
곽노진 미국 미시간대 교수는 20일 발표한 북미 한인 언론학자들의 시국선언에 대해 “한국을 떠나 있지만 불의한 권력에 맞서는 국민을 같은 마음으로 응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곽노진 교수 제공

“정치 선진국에선 상상도 못할 일이 벌어진 조국의 암담한 현실, 더 이상 지켜볼 수가 없었습니다.”

곽노진(50) 미국 미시간대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21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한숨부터 내쉬었다. 16년째 이 대학에서 후학을 양성 중인 곽 교수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대해 “타지에 있지만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실망감과 분노는 누구보다 크다”며 이렇게 말했다.

북미지역(미국과 캐나다) 대학에서 언론학을 연구 중인 한국인 교수와 연구원들은 20일 국정농단의 공범으로 지목된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와 수사당국의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곽 교수가 소속된 재미한인언론학회가 주축이 돼 미국 37개 주와 캐나다에 퍼져있는 84개 대학 및 연구소에 재직 중인 170여 명이 박근혜 정권의 퇴진을 강하게 촉구하며 한 목소리를 낸 것이다. 곽 교수는 “1978년 재미한인언론학회가 창립된 이후 나온 최초의 시국선언”이라며 “한국의 무너진 정치상황에 대한 우려가 그만큼 크다는 뜻”이라고 그 의미를 설명했다. 재미한인언론학회 회장을 지낸 곽 교수는 동료 회원들과 시국선언문 발표를 주도했다.

촘촘한 네트워크를 가진 국내 학회와 달리 광대한 미국 땅에 뿔뿔이 흩어진 한국 학자들이 한 목소리를 낸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지난 17일(현지시간) 초안 작업부터 완성된 시국선언문이 나오기까지 사흘이 채 걸리지 않았다. “100여 명의 교수들에게 이메일로 서명을 받는 데 단 이틀도 안 걸렸습니다. 이 엄중한 현실에 대해 모두가 같은 뜻을 품고 있었던 거예요.”

회원들은 시국선언문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 ▦대통령 측근에 대한 수사당국의 의혹 없는 수사 ▦국민들의 하야 요구에 대한 여야의 이행 ▦공영방송 등 언론의 공정성 확보를 위한 제도적 정비 등 네 가지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곽 교수는 국민의 불신에 직면한 국내 언론의 현주소에 대한 경고도 빼놓지 않았다. 애초 국가 지도자가 될 사람에 대한 철저한 검증에 실패했다는 점에서 언론도 이번 사태의 공모자나 다름 없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정권의 위기 상황뿐 만이 아니라 평상시에도 권력에 대한 ‘파수견’(Watch Dog) 역할을 해야 지금 같은 상황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선거 때만 반짝 하고 마는 지도자 검증이 수시로 이뤄져야 할 뿐 아니라 이에 실패한 언론의 통렬한 자기반성도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뉴욕타임스가 이라크전쟁이 끝난 뒤 대량살상무기(WMD)와 관련한 미 정부의 입장과 정책 등에 대해 제대로 된 비판과 감시를 하지 못 했다는 반성을 담아 게재한 사설을 예로 들었다. “추상적인 내용이 아니라 이라크전쟁 기간 구체적인 날짜까지 일일이 적어 어떤 검증이 잘못됐고 어떤 보도가 부족했는지 충실히 담아냈죠. 우리 언론도 큰 정치사회적 이슈가 지나간 뒤에 이에 대한 보도를 되돌아보는 작업이 있어야 합니다.”

공영방송의 중요성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곽 교수는 “방송의 영향력을 감안할 때 정권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사장 선임 등 현재 지배구조는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들의 촛불행렬에선 희망을 발견했다. 미 언론도 대통령을 움직이는 사적 영향력에 대한 놀라움과 함께 시민들의 평화집회를 비중 있게 보도하고 있다고 곽 교수는 설명했다.

“우리나라 시민들의 정치적 관심과 참여는 놀라운 수준입니다. 이번 사태가 해결된 이후에도 이들의 참여정신과 시민의식은 지속돼야 할 것입니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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