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에서 공화당의 Trump가 예상 밖 승리를 하면서 shy는 global term이 되었다. 물론 이때 shy는 ‘수줍음 타는’이 아닌 ‘표현을 꺼리는’의 뜻이다. shy voters나 shy supporters는 드러내지 않고 지지하는 유권자를 말한다. 수백 개 여론회사의 예측이 빗나가고 이제 와서 shy Trump effect를 논하고 있지만 거침없이 말하는(outspoken) Trump를 shy voters(침묵하는 유권자들)가 침묵의 지지를 했던 것은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Shy voters는 1990년대 초 영국 여론 조사의 ‘Shy Tories’와 ‘Shy Tories Effect’라는 현상과 닮았다. 1992년 영국의 보수당 Tory당의 득표가 여론조사보다 높게 나왔다. 2015년 영국 총선 때 유사한 현상이 재연되면서 보수표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가설이 입증되었다고 한다. 투표 당일 출구조사(exit poll)에 응하는 보수 성향의 유권자들은 자신의 실제 투표를 숨기거나 말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특히 전화나 대면조사를 하면 자동응답이나 인터넷조사보다도 shy response가 더 많다. 전화조사는 그만큼 오차가 많다는 것이다. 2015년 영국 총선에서 수십개의 여론 조사업체가 92회의 조사를 했는데 어느 조사도 보수당이 6.5% 격차로 승리할 것을 예측하지 못했다. 42회의 조사가 노동당 승리를 예상하고 보수당 승리를 예측한 경우도 그 격차가 미미할 것으로 추정했다.
여론조사라고 말할 때의 ‘public opinion’ 용어부터 새롭게 정의해야 한다. 법적 개념의 public은 ‘공적인’, ‘공공의’ 것이지만 ‘공공의 권리’, ‘공유하는 권리’도 있고 ‘사회 정서로서의 공감대’도 있다. Public Opinion에서 opinion의 의미는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의 Republic 때부터 내려온 담론이다. 가장 보편적인 opinion 개념은 사회에서 통하는 중간치 견해나 적정선의 견해를 말한다. 이미 객관성이 없는 opinion 개념을 과연 어떻게 과학적으로 계산하느냐는 숙제가 대두된 것이다. Public Opinion 개념은 프랑스에서 18세기 주장처럼 박물관에서 느끼는 상상(fiction)일 수도 있고 막연한 역사적 관심일지도 모른다.
독일의 정치학자 Elisabeth Noelle-Neumann는 대중이 자신의 의견 표출을 꺼리는 이유로 자신의 의견이 대다수 견해와 격차가 있거나 괴리가 있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1970년대에 나온 일명 ‘the spiral of silence theory’(침묵의 나선형 이론) 이론은 자신의 견해가 나선형 용수철의 끝에 있는 것처럼 주류와 격차가 있어 말을 꺼내기 두려워하면서 차라리 침묵하거나 응답을 꺼린다는 이론이다. ‘여론은 가볍고 휘발성이 강한 ‘cheap’ 개념’(Edward Ross, 1898)도 개인의 속내가 다수 여론과 다를 때 유권자는 차라리 침묵하다가 투표한다는 주장이다.
1982년 L.A. 시장이었던 Tom Bradley가 여론 조사에서는 앞섰는데 실제 선거에서는 패배한 사례가 좋은 예다. 흔히 ‘열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우리말이나 ‘수박은 깨봐야 알고 사람은 겪어봐야 안다’(Man and melons are hard to know)는 Benjamin Franklin의 말처럼 사람의 감정이나 정서는 그만큼 알기가 어렵다. 여론은 기준이나 원칙의 문제가 아니라 대중이 느끼는 정서의 함의(public discourse)를 어떻게 과학적으로 측정하느냐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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