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김종(55)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으로부터 리우올림픽 출전 포기 압력과 회유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박태환(27)이 이에 대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일본에서 열린 아시아수영선수권대회를 마친 박태환은 21일 도쿄 시내에서 있었던 인터뷰에서 “당시엔 (김 전 차관이) 너무 높으신 분이라서 무서웠다. 하지만 그저 올림픽에 나가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고 밝혔다.
앞서 박태환은 김 전 차관과 지난 5월 모처에서 따로 만났다. 당시는 박태환의 리우올림픽 출전 여부가 큰 관심사였다. 박태환 측 녹취록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김 전 차관은 ‘박태환이 올림픽 출전을 포기할 경우 기업 스폰서를 받도록 연결시켜주겠다거나 학계에도 자신이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잘 판단하라’는 뉘앙스로 말한다. ‘올림픽을 안 나가면 (잘못된) 룰은 빨리 고치겠다’는 대목에서는 김 전 차관도 해당 규정에 문제가 있다는 걸 충분히 인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박태환은 “올림픽을 앞둔 상태에서 안 좋은 일(금지약물 복용)도 있었고 부담도 컸다. 올림픽에 출전할 수만 있다면 너무 좋겠다는 생각만 했다”며 “제가 이야기를 나누기엔 (김 전 차관이) 높으신 분이고 많은 말씀을 하실 때 무섭기도 했고 선수로서 감당할 수 있는 무게나 책임도 많이 느꼈다. 아무래도 무서움을 많이 느꼈다”고 털어놨다.
기자들이 좀 더 자세히 물었지만 박태환은 말을 아꼈다.
그는 “너무 긴장해서 어떤 말이 오갔는지 솔직히 기억도 정확히 안 난다. 이런 부분이 더 공개돼서 차관님이 좀 이렇게 되고 하는 것도 저로서는 부담이다. 저는 그저 선수로서 좋은 모습을 국민들께 보여드리고 싶을 뿐이다. 이해해 달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김 전 차관의 제안에 흔들리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흔들림이 있었으면 올림픽을 안 갔을 것이다”고 단호하게 답했다. 올림픽 부진 원인에 대해서도 “운동 외에 여러 가지 생각할 것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다”면서도”제가 (수영)레이스를 못한 것이다. 몸과 마음이 따로 놀아 답답했다. 하지만 이런 걸로 핑계를 대고 싶지는 않다”고 강조했다.
박태환은 이번 아시아선수권에서 자유형 200ｍ와 400ｍ, 100ｍ와 1,500ｍ를 석권해 4관왕에 올랐다. 특히 주 종목인 자유형 400m(3분44초68)와 200m(1분45초16)에서는 각각 올시즌 세계랭킹 8위, 2위에 해당하는 좋은 기록을 내며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그는 “애국가가 다시 울려서 기분이 정말 좋았다”고 미소를 지었다.
2020년 도쿄올림픽 출전 의지도 숨기지 않았다. 박태환은 “많은 분들이 도쿄올림픽 이야기를 하신다. 저도 나가고 싶은 생각은 있다. 도쿄라는 곳이 먼 곳이 아니고 4년이라는 시간은 길지도 짧지도 않다. 제가 얼마나 잘 준비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박태환은 일본에서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고 전지훈련지인 호주로 가서 담금질을 계속한다. 이어 다음달 6~11일 캐나다에서 열리는 쇼트코스(25m)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해 재차 기량을 점검한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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