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스 “롬니 국무 적극적 검토”
공화 ‘주류 껴안기’ 상징적 조치
저돌적 매티스 前 사령관 발탁은
트럼프 “군비 증가” 반영인 듯
차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을 주도할 국무부 및 국방부 초대 장관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막판 변경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으나 국무장관에는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 국방장관에는 제임스 매티스 전 중부군 사령관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워싱턴에서는 트럼프 당선인이 롬니ㆍ매티스 ‘투 톱’ 체제를 고려 중인 것과 관련, 기업경영과 마찬가지로 대외정책도 ‘온건ㆍ정통파’와 ‘강경ㆍ급진파’의 경쟁과 협력을 통해 추구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하고 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 당선인은 20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롬니 전 지사가 초대 국무장관에 ‘적극적’으로 검토되고 있다”며 “트럼프 당선인은 어제 롬니 전 주지사의 방문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트럼프 당선인과 롬니 전 지사가 인수위 관계자들까지 배석한 가운데 1시간 가량 이야기를 나눴으며, 별도 독대 시간을 통해서는 훈훈하고 실질적인 대화도 이뤄졌다고 소개했다.
롬니 전 지사도 전날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트럼프 당선인을 만난 직후, “미국의 국익이 걸린 세계 곳곳에 관해 광범위한 대화를 나눴다”며 “매우 철저하고 심도 있는 논의였다”고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이 2012년 공화당 대선후보였던 롬니 전 지사를 초대 국무장관 후보로 적극 검토하는 것은 8년 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인선 행태와 유사하다. 당시 오바마 당선인은 민주당 내 주류진영의 국정 협력을 얻어 내기 위해 당내 경선에서 패배한 힐러리 클린턴을 국무장관에 깜짝 발탁했다.
롬니 지사도 대선 기간 내내 트럼프 당선인에 대한 지지 선언을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가짜’, ‘사기꾼’이라고 부르며 비판해온 대표적인 ‘반 트럼프’인사다. 롬니 지사는 트럼프가 당선된 뒤에야 축하전화를 걸어 화해했다.
따라서 트럼프 당선인의 롬니 국무장관 카드는 공화당 주류진영을 포용하려는 상징적 조치로 해석된다. 롬니 카드는 법무장관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비주류ㆍ강경파를 기용한 것과 균형을 맞추는 효과도 예상된다. 특히 마이클 플린 국가안보보좌관이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모색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롬니 전 지사는 전통적으로 공화당 주류가 중시해 온 ‘대 러시아’ 강경 대응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인물이다.
저돌적 성격의 야전 지휘관 출신인 매티스 전 사령관의 국방장관 기용은 고립주의 대외정책을 유지하면서도 군비 증가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트럼프 당선인의 의지가 적극 반영됐다. 매티스 전 사령관은 사병으로 해병대를 제대한 뒤 대학에 진학해 다시 학군장교(ROTC)로 출발해 4성 장군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해병대 1사단장이던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당시에는 예하 병력의 바그다드 진격이 늦다며 부하 지휘관을 교체하는 등 곳곳에서 공격적인 성향을 드러낸 바 있다.
매티스 전 사령관은 ‘미친 개’(Mad Dog)란 별명이 보여 주듯 어렵고 모호한 말 대신, 트럼프 당선인처럼 짧고 직설적인 어법을 구사한다. 특히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최대 치적으로 내세우는 이란 핵협상에 대해서는 중동 지역 안정을 해치는 주요 위협이라고 비판해 왔다. 트럼프 당선인도 매티스 사령관과 회동한 직후, 트위터를 통해 “진짜 배기(real deal)이자 미국의 영웅인 매티스 장군과의 만남은 매우 인상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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