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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조르제트 카제 부부

입력
2016.11.2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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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 11.21

젊은 날의 베르나 카제- 조르제트 카제 부부. 그들은 2013년 11월 21일, 한날 한시에 죽겠다는 자신들의 꿈을 스스로 이뤘고, 그 죽음으로 조력자살의 합법화를 호소했다. Le Parisien
젊은 날의 베르나 카제- 조르제트 카제 부부. 그들은 2013년 11월 21일, 한날 한시에 죽겠다는 자신들의 꿈을 스스로 이뤘고, 그 죽음으로 조력자살의 합법화를 호소했다. Le Parisien

베르나르 카제(Bernard Cazes)는 프랑스의 엘리트 양성학교로 꼽히는 국립행정학교(ENA)를 졸업한 경제학자다. 국가 경제기획 파트에서 일했고, 유럽우주국(ESA)이 1985년 시작한 장기 우주 프로젝트 ‘Horizon 2000’그룹에도 예산파트 요원으로 가담했다. 그는 여러 시사 저널 편집진으로 활동했고, 86년 ‘미래의 역사’와 91년 ‘새로운 세기를 맞이하며- 프랑스 아이덴티티의 미래에 관한 에세이’등 책을 출간했다. 말년의 그는 ‘프랑스 국제관계연구소(IfriㆍInstitut français des relations internationals)’의 계간지 ‘폴리티크 에뜨랑제 Politique Etrangere’의 편집위원으로 일했다. PE 부고기사에 따르면 카제의 소원 중 하나는 “60여 년간 사랑한 아내와 함께 죽겠다”는 거였다.

부부는 그 소원대로 2013년 11월 21일, 40년대 학창시절 만나 60년을 해로한 86세 동갑 아내 조르제트 카제(Georgette Cazesㆍ고전 교사)와 파리 6구 뤼테시아 호텔에 투숙, ‘자살봉지(Suicide Bag)’로 함께 목숨을 끊었다. 그 곳은 부부가 젊었을 때부터 특별한 데이트를 즐기던 곳이었고, 아내 조르제트가 대전 중 나치 강제수용소에 끌려갔던 아버지와 재회한 추억의 장소이기도 했다고 한다.

그들은 두 통의 유서를 남겼다. 한 통은 프랑스 검찰에게, 다른 한 통은 자녀에게 쓴 거였다. 검찰 유서에서 그들은 약물 처방으로 안락한 죽음을 맞을 수 없게 한 프랑스 형법을 비판하며 “평생 일하며 나라에 세금을 냈는데, 조용히 생을 마치고자 하는 지금, 우리는 왜 보다 부드러운 방법이 아니라 잔인한 방법으로 자살할 수밖에 없는가”라고 항변했고, 자녀에게 쓴 유서에는 조력자살을 인정하지 않는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달라고 당부했다. 부부의 딸은 “부모님은 죽음보다 사별과 누군가에게 의존하며 살아야 하는 노년의 삶을 더 두려워했다”고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말했다. 당시 프랑스 법은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는 권리만 인정했다.

프랑스 상ㆍ하원은 2016년 1월 회복이 불가능한 말기 환자에 한해 수면유도제(치사 약물 사용은 금지)로 품위 있게 생을 마감할 수 있도록 하는 ‘웰 다잉법’을 통과시켰다. 최윤필기자 proos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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