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ㆍ박원순ㆍ안희정 등 참석
“국민적 퇴진운동과 병행” 밝혀
국회 주도의 총리 선출과
과도 내각구성 마련 요청도
야권의 차기 대선 주자들이 20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 추진과 이를 전제로 한 총리 선출을 국회와 야3당 지도부에 공식 요청했다. 그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해법을 놓고 엇박자를 냈던 야권주자들이 검찰 수사 발표에 맞춰 처음으로 한 목소리를 내며 탄핵 추진에 힘을 실은 것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의 제안으로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시국 정치회의’에 참석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김부겸 민주당 의원, 이재명 성남시장은 이같이 뜻을 모았다. 야권 공조 강화의 의미로 심상정 정의당 대표와 천정배 국민의당 전 대표도 함께 자리했다.
이들은 2시간 가량 진행된 회의 후 ‘비상시국 타개를 위한 우리의 입장’이라는 이름으로 8개항의 합의문을 내고 “박 대통령의 범죄 사실이 명백하고 중대해 탄핵 사유가 된다”며 “국민적 퇴진운동과 병행해 탄핵 추진을 논의해줄 것을 야3당과 국회에 요청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 퇴진과 탄핵에 따른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국회 주도의 총리 선출 및 과도내각 구성’ 등 세부 수습방안을 조속히 마련해달라”고도 했다. 참석자들이 당 지도부 자리에 있지 않은 점을 고려, 각 당 지도부에 요구하는 수준으로 정리됐다.
이들은 “국정농단에 가담한 새누리당은 통절히 참회해야 하며 여당의 책임도 엄중히 물어야 한다”고 새누리당도 겨냥하면서 “야3당의 강력한 공조가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하고, 시민사회와 적극적으로 연대하기로 했다.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단결할 것”이라고 합의했다.
정국 해법을 놓고 이견을 보였던 야권 주자들이 탄핵 추진에 공조키로 한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버티기에 더 이상 끌려 가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이날 박 대통령의 범죄 혐의를 명확히 한 검찰 발표도 탄핵 추진의 부담을 덜게 했다. 그간 탄핵 추진에 유보적 입장을 보였던 문 전 대표도 이날 회의 후 “저도 동의한 내용”이라고 말했다.
야권 주자들은 시민사회와도 연대키로 했지만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시국회의 구성 등은 구체적으로 계획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모임도 상설화한 것은 아니며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다시 모이기로 했다. 모임을 제안한 안 전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오늘 모임을 바탕으로 한번 더 전진할 기회를 갖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야권 주자들이 탄핵 추진에 손을 잡았지만 대선 경쟁 관계인 이들의 공조가 얼마나 지속될 지는 미지수다. 정치권 관계자는 “탄핵 추진으로 조기 대선 가능성이 커졌다”며 “대선 시계가 빨라질 수 있어 야권 주자들의 공조도 오래 가지 못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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