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북 맛집 소개ㆍ레시피 채널
세계 고정 시청자 수 900만명
음식 판매 온라인 쇼핑몰도 진출
아시아 국가별 채널 개설 계획
스마트폰 없는 세상을 상상하기 힘든 시대가 됐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스마트폰은 전자기기 중 유일하게 ‘1인 1소유’가 실현될 분야”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 손에 쏙 잡히는 작은 기기는 태어난 지 10년도 안됐지만 까마득한 선배들을 물리치고 전자기기 시장을 평정했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스마트폰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일상생활에 가장 필수적이라고 꼽은 매체다. 방통위가 조사를 시작한 2009년부터 부동의 1위였던 TV는 지난해 처음으로 스마트폰에 밀렸다.
스마트폰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사람들의 일상 생활도 모바일 중심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종이 신문이나 책에서 얻는 정보보다 모바일 뉴스를 통해 확인하는 정보량이 훨씬 많아졌다. TV와 컴퓨터 앞에 앉는 횟수도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음식 문화도 마찬가지다. 외식을 할 때는 지역 맛집을 골라 보여주는 스마트폰용 소프트웨어(앱)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음식 평가를 활용한다. 주로 책이나 온라인 블로그를 참고하던 음식 조리법(레시피)도 페이스북, 유튜브 등의 동영상을 통해 익힌다.
‘그리드잇’은 모바일 중심의 음식 문화를 이끄는 국내 대표 신생 벤처기업(스타트업)으로 평가 받는다. 그리드잇은 페이스북에서 맛집 소개 채널 ‘오늘 뭐 먹지?’(구독자 약 400만명)와 레시피 공유 채널 ‘쿠캣’ 등을 운영하고 있다. ‘오늘 뭐 먹지?’는 국내 페이스북 채널 가운데 구독자 수가 에버랜드 다음으로 많다.
쿠캣 채널에는 영어 기반으로 세계 시장을 공략하는 ‘쿠캣’(구독자 230만명)과 국내용인 ‘쿠캣 코리아’(95만명), 유명 연예인들이 출연하는 음식 소재의 예능 채널 ‘쿠캣 TV’(9만8,000명) 등이 포함된다. 모든 채널의 구독자 수를 더하면 900만명이 넘는다. 그리드잇은 전 세계에 고정 시청자 900만명을 둔, 음식(푸드) 관련 동영상 제작ㆍ유통 스타트업인 셈이다.
그리드잇의 콘텐츠 기획ㆍ개발은 박정하(29) 콘텐츠 총괄이 담당한다. 그는 원래 방송사드라마 PD 출신이다. 주로 웹드라마를 만들다가 올해 초 그리드잇에 합류했다. 그는 “웹드라마는 온라인 전용 콘텐츠이긴 하지만 아직 TV 드라마의 축소판 또는 연습장 같은 성격이 강하다”며 “진짜 모바일용 콘텐츠로 승부를 하고 싶어서 스타트업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의 합류로 그리드잇은 미국 언론사 버즈피드가 운영하는 세계 최대 레시피 채널 ‘테이스티’(구독자 7,490만명)의 아시아판 채널인 ‘쿠캣’을 지난 2월 선보일 수 있었다. 쿠캣은 테이스티가 잘 다루지 않는 아시아 음식을 전면에 내세웠고, ‘오늘 뭐 먹지?’의 자매 채널이라는 이점을 활용해 9개월만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모바일 동영상은 짧은 시간 안에 눈길을 확 끌어 잡는 것이 관건이다. 때문에 쿠캣 등에서 유통하는 동영상은 길이가 1분 안팎이다. 다만 1분짜리 동영상을 찍는 데 평균 2~3시간, 길게는 8시간 이상 소요되기도 한다. 서비스 초기엔 이렇게 만든 영상을 1주일에 20편 이상 올리며 물량 공세를 펼쳤지만, 최근엔 하루 1,2편 꼴로 게시 동영상을 줄이는 대신 내용의 질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박 총괄은 “최근 1~2년 동안 비슷한 성격의 채널이 크게 늘면서 콘텐츠의 양보다는 질로 승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콘텐츠가 쏟아지는 영상 홍수 시대에 그리드잇의 성공 비결은 ‘빅데이터’와 ‘한 방이 있는 영상’이다. ‘오늘 뭐 먹지?’에는 매일 1,000건이 넘는 음식 관련 제보가 쏟아진다. 이를 통해 그리드잇은 요즘 인기 메뉴가 무엇이고, 어떤 영상을 올렸을 때 반응이 좋은지 파악할 수 있다. 쿠캣은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이용자들이 좋아할만한 메뉴를 개발해 동영상으로 찍어 유통한다.
박 총괄은 “조리 과정을 찍을 땐 어떻게 해야 더 맛있어 보일지 늘 고민한다”며 “김치볶음밥의 경우 마지막에 치즈를 넣어 쫙 늘어나는 것을 보여주는 식으로 처리하면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이렇게 제작돼 ‘대박’이 터진 콘텐츠에는 ‘식빵 치즈스틱 만들기’가 있다. 식빵을 납작하게 만든 뒤 스틱치즈를 가운데 올려 놓고 돌돌 말아 계란, 빵가루를 묻혀 튀겨내는 이 레시피 영상은 치즈를 사정없이 늘리는 장면을 포함시킨 덕에 지난해 5월 처음 게재된 이후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1억명 이상이 시청했다.
그리드잇은 앞으로 일본, 홍콩, 대만 등 국가별 채널을 개설해 아시아 시장을 하나씩 개척해 나갈 계획이다. 이미 쿠캣 레시피로 만든 자체제작 브랜드(PB) 상품과 PB 음식만을 판매하는 온라인 쇼핑몰 ‘오먹상점’을 선보이며 오프라인으로도 진출했다. 박 총괄은 “모바일에 특화된 방송이 기존 방송국 프로그램의 영향력을 뛰어넘을 날이 멀지 않았다”며 “아시아의 음식 문화를 이끄는 모바일 방송국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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