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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재단 구상부터 기업에 광고 청탁ㆍ인사 개입까지 ‘깨알 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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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재단 구상부터 기업에 광고 청탁ㆍ인사 개입까지 ‘깨알 지시’

입력
2016.11.2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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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공소장에 적시된 朴 비리

“대기업 회장들과 면담 잡아라”

“김종 차관에 소개시켜라” 등 지휘

檢 “99% 입증가능한 사실만” 자신감

“박근혜 대통령은 무관하지 않을 뿐 아니라, 심지어 조연도 아닌 ‘주연’이다.”

‘최순실 게이트’ 핵심 3인방에 대한 20일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는 이 한마디로 요약된다. 의혹의 ‘막후 컨트롤타워’는 결국 박 대통령으로 지목됐다. 검찰의 공소 내용이 사실이라면 국정의 최고책임자가 민간인의 국정농단은 물론, 대기업을 상대로 한 ‘삥 뜯기’ 등을 진두지휘하는, 민주주의 훼손의 주범이 된다.

이날 구속기소된 비선실세 최씨와 안종범(57)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47)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의 공소장을 보면 박 대통령의 관여 사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검찰은 총 33쪽의 공소장에 ‘대통령과 공모하여’라는 표현을 9차례 사용했다. ‘대통령 지시(또는 요청)’는 무려 20번이나 등장한다. 이런 정황상 최씨 등의 범행에 대해 박 대통령이 “나는 몰랐다”고 발뺌하기란 불가능해 보인다.

검찰은 이들의 공소장에 박 대통령을 마치 피고인처럼 기재했다. 기소된 피고인은 3명뿐이지만, ‘피고인들의 지위’라는 항목에는 최씨와 안 전 수석, 정 전 비서관뿐 아니라 박 대통령에 대해서도 “(전략) 기업체들의 활동에 있어 직무상 또는 사실상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사람”이라고 설명돼 있다. 현직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 때문에 당장 기소하지도 못하고 박 대통령의 거부로 아직 직접 조사도 못한 상태이긴 하나, 이미 혐의 입증이 다 끝난 단계라는 자신감이 읽힌다.

‘피고인 최순실, 피고인 안종범, 대통령의 공모범행’ 항목에선 박 대통령의 구체적 범죄사실이 낱낱이 드러난다. 미르ㆍK재단 설립경위와 관련, 검찰은 “2015년 7월 대통령은 현 정부가 국민의 문화적 권리를 보장하고 문화의 가치와 위상을 제고하기 위해 (중략) 재단법인의 설립을 추진하되, 재단법인의 재산은 전국경제인연합회 소속 회원 기업체들의 출연금으로 충당하기로 계획했다”고 적었다. 애초 기획자가 바로 대통령이라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주요 길목마다 매우 구체적인 지시를 내렸다. 2015년 7월 20일 안 전 수석에게 “10대 그룹 중심으로 대기업 회장들과 단독 면담을 할 예정이니 일정을 잡으라”고 했다. 같은 달 24일과 25일에는 현대차 정몽구 회장과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 등 대기업 총수 7명을 순차적으로 단독 면담하면서 “문화, 체육 관련 재단법인을 설립하려 하는데 적극 지원을 해 달라”는 취지로 발언했다. 면담을 마치자 박 대통령은 안 전 수석에게 “전경련 산하 기업체들로부터 금원을 갹출해 각 300억원 규모의 문화와 체육 관련 재단을 설립하라”고 지시했고, 최씨에게도 “재단의 운영을 살펴봐 달라”는 취지로 요청했다.

재단 설립이 지체되자 대통령의 개입은 더욱 노골화됐다. 지난해 10월 19일 박 대통령은 안 전 수석에게 “리커창 중국 총리 방한 때 양국 문화재단 간 양해각서(MOU)를 체결해야 하니 서둘러라”고 한 데 이어, 10월 21일엔 “재단 명칭은 용의 순수어로 신비롭고 영향력이 있다는 뜻인 미르라고 하라”고 지시했다. 재단 임원진도 한 명 한 명 지목했으며, “사무실은 강남 부근으로 알아보라”고도 했다.

K스포츠 관련도 소소한 부분까지 지시했다. 롯데그룹이 K스포츠에 70억원을 추가 기부하기에 앞서 박 대통령은 안 전 수석에게 “3월 14일 신동빈 회장과 단독 면담을 하도록 조치하라”고 했고, 면담 직후엔 “롯데가 하남시 체육시설 건립과 관련해 75억원을 부담키로 했으니 챙겨보라”고 말했다. 한국관광공사 자회사인 그랜드코리아레저(GKL)의 장애인 스포츠단 창단 과정에서도 “컨설팅할 기업으로 더블루K가 있다. GKL에 소개해 줘라”, “K스포츠가 체육 인재를 양성하는 기관이니 사무총장을 김종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에게 소개시켜 줘라”고 지시했다.

박 대통령은 재단과 무관한, 최씨 주변의 이권 챙기기에도 발벗고 나섰다. 최씨 지인의 현대차그룹 납품 청탁 건과 관련, 그는 2014년 11월 27일 안 전 수석에게 “KD코퍼레이션은 훌륭한 회사인데 외국기업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으니 현대차에서 그 기술을 채택할 수 있는지 알아보라”고 했다. 올해 2월에는 최씨가 실소유한 광고업체 플레이그라운드의 회사소개 자료를 안 전 수석에게 건네주며 “현대차에 전달하라”고 한 뒤, “아주 유능한 회사로 미르 일에도 많은 도움을 주고 있어 기업 총수들에게 협조를 요청했으니 잘 살펴보라”면서 일감 수주를 도우라고 독촉했다.

KT를 상대로 한 최씨 측의 인사개입 및 부당광고 수주도 박 대통령이 직접 뛴 결과다. 이번에도 지시를 받은 인물은 안 전 수석이다. 박 대통령은 “(최씨가 차은택씨한테 추천받은) ‘이동수’라는 홍보전문가가 있으니 KT에 채용되도록 KT 회장에게 연락하라, (최씨 측근의 부인인) 신혜성씨도 호흡을 맞출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고 했다. 심지어 이들의 보직 변경에도 박 대통령의 입김은 가해졌다. “플레이그라운드가 KT 광고대행사로 선정될 수 있도록 하라”고도 지시했다.

노승권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는 “100%까진 아니더라도 99%는 사실로 입증 가능한 내용만을 공소장에 담았다”고 말했다. 정 전 비서관의 문건 유출 역시 모두 박 대통령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 검찰은 “관련자 진술뿐 아니라, 최씨의 태블릿 PC와 정 전 비서관의 휴대폰,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 대통령비서실 보고문건 등 객관적 물증이 다 확보돼 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형법 30조에 규정된 ‘공동정범’이라는 게 검찰의 결론인 것이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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