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총리, 박 대통령 대신 참석
주요국과 양자회담조차 못해
황교안 국무총리가 19~20일(현지시간) 페루 리마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박근혜 대통령을 대신해 참석했지만, 한반도 주변 정상들과 비교해 초라한 외교 활동에 그쳤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처음 열린 다자정상외교 무대에서 중국 러시아 일본 등의 정상은 ‘트럼프 시대’를 대비한 각종 회담으로 주도권 경쟁에 열을 올렸으나 한국은 주요국과 양자회담조차 갖지 못했다.
황 총리는 19일 APEC 주최국인 페루의 알베르토 비스까라 제1부통령과 회담을 가진 뒤 페드로 파블로 쿠친스키 대통령을 예방했다. 이번 방문에서 황 총리의 유일한 양자회담 일정이었다. 황 총리는 비스까라 부통령과의 회담에서 리마의 지하철 3ㆍ4호선 사업과 상수도 사업에 한국 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했고, 페루 공군 노후 기종 교체사업에 우리 측 FA-50의 참여 확대를 희망했다. 양국은 인프라, 보건의료, 방산 등에서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황 총리는 이어 APEC 기업인자문위원회와의 대화 및 ‘APEC 회원국과 태평양 동맹 정상간 비공식 대화’에 참석해 역내 무역증진 등을 논의했다.
반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이날 리마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간 해묵은 과제인 쿠릴 열도 4개 섬 문제와 극동개발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경제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다. 지난 5월 정상회담을 통해 러ㆍ일 협력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양국은 12월 푸틴 대통령의 방일을 앞두고 관련 논의를 가속화하고 있는 것이다. 양국이 쿠릴 열도 4개 섬 영유권 분쟁 문제를 해결할 경우 동북아 구도에 지각 변동을 일으킬 수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도 이날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FTTAAP) 추진을 강화하기로 했다.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우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에 대비해 중국이 역내 주도권 강화에 나서고, 일본은 중국 견제와 극동 진출 등을 위해 러시아와 적극 손을 잡는 양상이지만 한국은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하는 상황인 셈이다. 송용창기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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