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탁의 인건비 직접 지급하면서
시설 수가 줄어든 만큼 보전키로
관련 수가 인상률 5% 육박
“국민 부담 최대 321억 늘어나”
노인요양시설의 내년도 장기요양보험 수가(보험에서 지급되는 돈)를 추가 인상하려는 정부 방침이 논란을 빚고 있다. 시설을 월 2회 방문해 입주 노인의 건강을 살피는 촉탁의사의 인건비 지급 방식 개편으로 자연스럽게 줄어드는 시설 수가를 정부가 무리하게 보전해주려 하면서 보험 가입자인 국민의 부담이 가중된다는 비판이 나온다.
20일 노동ㆍ시민단체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산하 장기요양위원회는 21일 실무위원회 회의를 열고 복지부가 상정한 ‘2017년 장기요양 수가 추가 검토안’을 논의한다. 핵심 쟁점은 노인요양시설에 지급되는 수가에 ‘의료서비스 관리비용’를 신설하는지와 얼마나 책정할지다. 장기요양보험 가입자ㆍ공급자 대표, 공익위원, 복지부 관계자가 참여해 보험률 및 수가를 심의하는 장기요양위원회는 앞서 지난 16일 전체회의에서 해당 안건을 검토했으나 격론 끝에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의료서비스 관리비용이 수가에 신설되면 다른 조정 요인과 맞물려 노인요양시설의 내년 수가 인상률은 지난 7월 결정된 3.88%에서 최대 1%포인트가량 높아질 전망이다.
복지부가 추가로 수가 조정에 나선 것은 지난 9월 시행된 촉탁의 제도 개편과 관련 있다. 촉탁의 인건비는 노인요양시설이 수가(70인 시설 기준 의사 1회 방문시 196만원) 형태로 받아 의사에게 지급해오다가, 9월부터 건강보험공단이 직접 촉탁의에게 수가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문제는 그동안 시설이 인건비로 책정된 금액 일부만 촉탁의에게 주고 나머지는 운영비 등으로 전용해왔다는 데 있다. 2011년 성균관대 연구에 따르면 노인요양시설이 촉탁의에게 지급한 인건비는 회당 평균 65만원이고, 특히 노인 정원 10~29명인 소규모 기관은 평균 26만원에 불과하다.
촉탁의 인건비 전액이 직접 지급 형태로 바뀐 만큼 시설 수가는 그만큼 줄어들어야 합당하지만, 복지부는 의료서비스 관리 비용을 새로 수가에 포함해 삭감액을 보전해준다는 입장이다. 촉탁의 제도를 운영하는데 진찰 환경 조성 등 시설에서 감당해온 비용이 있다는 논리다. 20일 가입자 대표로 소속된 단체들이 공동으로 낸 성명서에 따르면 복지부는 기존 촉탁의 인건비 196만원 중 70만원, 131만원, 170만원을 각각 시설에 보전해주는 3가지 안을 위원회에 제시했다. 위원회 관계자는 “1안(70만원)과 2안(131만원) 사이의 금액을 관철하려는 것이 정부 방침”이라고 전했다.
노동ㆍ시민단체들은 “정부가 비용 보전이 필요한 명확한 근거도 제시하지 않고, 시설 측에 유리한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들 단체가 위원회 내부 문건으로 확인한 바에 따르면, 복지부는 기존 수가 196만원에서 성균관대 연구에서 제시된 촉탁의 실수령액을 차감한 금액을 의료서비스 관리 비용으로 인정하는 논리를 폈다고 한다. 2안(131만원ㆍ196만원-65만원)과 3안(170만원ㆍ196만원-26만원)이 그렇게 나온 금액이란 것이다. 촉탁의 인건비로 편성된 수가를 편법 전용해온 시설들의 관행을 문제삼긴커녕 공인해준 셈이다.
더구나 촉탁의는 촉탁의대로, 시설은 시설대로 수가를 지급하겠다는 정부 입장이 관철될 경우 장기요양보험 가입자 부담이 배가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단체들은 이날 성명에서 “정부 안대로라면 국민들이 추가로 부담해야 할 돈이 연간 132억원에서 321억원에 달한다”며 “국민 입장에선 제도 개선이 아닌 개악”이라며 정부안 철회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명목상 촉탁의 인건비가 시설 수가에 포함됐다가 (9월 제도 개편으로)빠진 것은 맞지만, 수가 총액은 그러한 형식적 항목에 얽매이지 않고 지출 여건 변화를 종합해 결정한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촉탁의 제도가 시설 노인의 보건 향상이라는 정책 목표에 부합하도록 하기 위해 요양시설, 의사단체 등 현장 협조를 이끌어내는 것도 중요하다”며 수가 인상의 불가피성을 주장했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노인요양시설 촉탁의 제도 개편 내용(2016년 9월부터 시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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