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료 휘슬이 울리자 강원FC 선수들은 일제히 두 팔을 벌리며 포효했고 성남FC 선수들은 그라운드에 주저앉았다.
2013년 승강제 실시 이후 매년 반복되는 환희와 좌절이 교차되는 순간이었다.
성남은 20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강원과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1-1로 비겼다. 지난 17일 강원 홈에서 득점 없이 비겼던 양 팀은 이날 2차전에서도 승부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원정 다 득점 원칙에 따라 강원이 웃었다. 강원은 클래식(1부) 승격 티켓을 땄고 성남은 챌린지(2부)로 떨어졌다.
‘명가’ 성남의 추락은 충격적이다.
성남은 전신인 성남일화 시절 K리그 우승 7회(1993~1995, 2001~2003, 2006),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우승 2회(1995, 2010)에 빛나는 명문 클럽이었다. 신태용(47)과 김도훈(46) 등 숱한 스타플레이어를 배출했다. 한국 프로축구 사상 두 차례 3연패는 성남만 갖고 있는 기록이다. 하지만 성적에 비해 관중 동원은 늘 최하위에 가까웠다. 전성기 시절 한해 300억원이 훌쩍 넘는 거액을 대부분 선수 영입에만 쓰면서 클럽하우스나 전용구장도 없어 ‘무늬만 프로’라는 손가락질을 받기도 했다.
성남은 2013년을 끝으로 모기업인 통일교가 축구단에서 손을 떼고 시민구단으로 전환했다. 당시 구단이 역사 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지만 처음에 소극적이었던 이재명(52) 성남시장이 적극적으로 구단 인수 의사를 밝히면서 성남FC로 재탄생했다. 이후 꾸준히 지역민들과 호흡하고 시민들에게 다가서며 썰렁한 구단이라는 오명을 벗었다. 2014년 강등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그 해 9월 김학범(56) 감독을 영입해 클래식에 잔류하고 FA컵 우승까지 차지했다. 지난해에는 시민구단으로는 유일하게 상위그룹(1~6위)에 들었다.
성남은 올해도 상위권을 목표로 야심 차게 출발했다. 하지만 시즌 중반 성적이 7위까지 떨어지자 김학범 감독을 전격 경질했다. 대안으로 유스 팀 사령탑이던 구상범(52) 감독 대행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이전까지 프로 감독 경험이 없는 지도자를 선임한 대가는 혹독했다. 구 대행 체제에서 첫 경기만 승리하고 이후 2무8패의 참담한 성적을 냈다. 구 대행은 클래식 최종전에서 포항 스틸러스에 패한 뒤 기자회견에 불참했고 감독직을 맡지 못하겠다며 물러났다. 구단은 이 소식을 쉬쉬했다. 결국 변성환(37) 코치 체제로 승강 PO를 소화했지만 강등 철퇴를 피하지 못했다.
한편 강원은 2013년 시즌이 끝나고 2부로 떨어진 뒤 내년에 4년 만에 클래식 무대를 밟는 감격을 누렸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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