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아닌 시작인데다가 언제 끝날 지 알 수도 없어 더 불안하다.”
검찰이 20일 미르와 K스포츠재단 출연금에 대한 ‘제3자 뇌물공여’ 혐의가 빠진 ‘최순실 게이트’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자 기업들은 일단 안도하면서도 이러한 반응을 내 놨다. 검찰이 추가 수사 의지를 밝힌 데다 특검과 국정조사까지 남아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들은 여전히 피의자와 피해자의 갈림길에 서 있다.
검찰은 일단 전국경제인연합회의 53개 회원사들이 미르ㆍ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774억원을 대가성을 입증할 수 있는 뇌물이 아니라 권력의 강압에 의해 어쩔 수 없는 낸 돈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하고 두 재단에 출연금을 낸 7개 그룹 총수들은 검찰 수사에선 뇌물 공여에 대한 부담은 덜게 됐다. 실제로 최순실씨 지인 회사에 10억5,900만원 상당의 물품 납품 기회를 주고 사실상 최씨의 광고회사인 플레이그라운드에 70억6,000만원 상당의 광고를 밀어준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청와대 경제수석을 통해 검토해달라고 요청하는데 기업 입장에선 거절할 수가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최씨가 추진한 하남 복합체육시설 건립 명목으로 70억원을 전달했다 돌려 받은 롯데도 “어떤 대가를 바라고 준 것이 아니라는 것 외에는 할 말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선 고 이인원 부회장이 지난 8월 검찰 수사를 앞두고 극단적 선택을 한 것도 최씨와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나왔다. 검찰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지난 3월 신동빈 롯데 회장과 독대했고, 신 회장은 당일 이 부회장에게 업무 처리를 지시했다.
안 전 수석으로부터 포스코 계열사였던 광고회사 포레카의 지분 양도, 펜싱팀 창단 강요를 받았던 포스코 관계자는 “이어질 검찰 수사에도 충분히 협조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최씨의 임원 인사 개입, 플레이그라운드에 68억원 규모의 광고 몰아주기 등이 검찰 수사로 확인된 KT에서는 “또 외풍에 휘둘렸다”는 자조가 나왔다. KT 관계자는 “이번 일에 연루된 인사들은 이미 퇴직했다”고 강조했다.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이미경 부회장 퇴진 압력 등과 관련된 CJ 측도 “딱히 할 말이 없다”고 밝혔다.
검찰 수사로 정권의 ‘모금 창구’란 게 다시 확인된 전경련의 경우 “특검과 국정조사가 남아 지금 입장을 밝히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중간수사 결과에 등장한 5개 기업보다 더 초조한 것은 거론이 안된 삼성이었다. 삼성은 최씨 회사인 비덱과 정유라씨에게 35억원을 직접 지원해 추가 수사와 특검 시 기소 가능성이 가장 높은 기업으로 꼽힌다. 삼성은 “어떤 의혹도 남지 않도록 검찰 수사에 성실히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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