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리마서 APEC 정상회의
“배타적 무역협정 옳지 않아”
FTAAP 구축 공론화 역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다자 정상회의에서 보호무역주의 반대와 자국 주도의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FTAAP) 구축을 촉구했다. 미국의 권력 교체기를 맞아 시 주석이 국제무대에서 주도권 확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20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19일(현지시간) 페루 리마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조연설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보호무역주의의 도전과 무역성장 적체에 직면해 있어 배타적인 무역협정은 옳은 선택이 아니다”면서 “경제의 글로벌화가 모든 당사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FTAAP의 설립은 아태 지역의 장기적 번영과 관련된 전략방안으로 확고하게 밀어붙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시 주석의 언급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을 동시에 겨냥한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추진해온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대중 포위전략의 일환으로 비판해온 시 주석은 이를 배타적 무역협정이라고 일갈했다. 또 트럼프 당선인의 TPP 폐기 및 보호무역주의 강화 움직임에 대해서도 ‘지구촌 경제’를 거론하며 선을 그었다.
시 주석은 특히 이번 APEC 정상회담을 통해 FTAAP 구축을 기정사실화하려는 모습이다. 그는 밀월 관계로 평가받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별도회동에서 양국간 협력을 강조하는 등 공론화에 힘을 쏟았다. 상당수 APEC 회원국들이 2014년 베이징(北京) 정상회의 당시 FTAAP 설립에 대해 원론적으로 동의한데다 트럼프 당선인 측의 보호무역주의 정책기조에 대해 비판적이란 점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APEC 정상회의 기간 중 시 주석이 국제사회에 ‘중국 역할론’을 각인시키기 위한 전략적 행보를 이어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임기 막바지인 오바마 대통령과는 정상회담의 모양새를 갖추면서도 “양국관계의 순조로운 이양을 기대한다”며 차기 정부와의 협력에 무게를 두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중국 관영매체들이 미중 정상회담보다 21일로 예정된 왕양(汪洋) 부총리의 방미에 더 주목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시 주석이 다른 정상들과의 잇따른 만남에서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대한 우려를 확인하는 데 주력한 것, 일대일로(一帶一路ㆍ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의 중요성을 설명하면서 더 많은 참여를 요청한 것 등도 내년 초 출범할 트럼프 행정부를 견제하면서 동시에 미국 중심의 국제 무역질서에 대한 재편 필요성을 부각시키려 했다고 볼 수 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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