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군 잇따라 만나며 ‘면접’
주말 롬니와 회동해 제안한 듯
NYT “수락 안할 것” 부정적 전망
줄리아니ㆍ볼턴엔 상원 반대 조짐
롬니 거부할 땐 트럼프 고민 커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차기 국무장관 임명을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미국의 외교업무를 총괄하는 국무장관은 내년 1월 출범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성격과 향후 외교노선을 규정할 중책으로 여겨진다. 트럼프는 국무장관 후보들과의 잇단 ‘면접’을 통해 최적의 후보를 물색하고 나섰다.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는 19일(현지시간)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와 회동했다. 롬니는 약 80분간 진행된 회동이 끝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트럼프와) 미국의 중대한 이익이 걸려 있는 전세계 곳곳의 다양한 현장에 관해 광범위한 대화를 나눴다”며 “관련 주제에 관해 서로의 의견을 교환하는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앞서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정권인수위원회 내부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가 롬니를 만나 국무장관 직을 제안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2012년 공화당 대선후보였던 롬니는 트럼프 행정부 대외전략의 균형을 맞춰줄 인물로 꼽히고 있다. 트럼프가 차기 행정부의 안보라인에 강경보수파를 전면 배치하면서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에 대한 주변국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주변국과의 긴장국면을 관리하기 위해서라도 국무장관에는 합리적 온건파인 롬니의 임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올해 대선 기간 트럼프를 신랄하게 비판해왔던 롬니를 트럼프가 내각에 끌어안을 경우 자신과 반목해왔던 공화당 주류진영에 화해 제스처를 취하는 통합 행보도 되는 이점이 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는 이날 롬니를 극진히 예우하는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 당선인과 함께 회동장소인 골프클럽 현관까지 나와 롬니를 맞이했고, 회동이 끝난 후에도 롬니를 직접 배웅하는 모습이 언론 카메라에 잡혔다. 다만 공화당에서 반(反) 트럼프 진영을 이끌었던 롬니가 트럼프의 국무장관직 제안을 수락하지 않을 수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롬니는 이날 국무장관 직책 제안 등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구체적 답변을 피해 이런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이어 트럼프는 20일에는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을 만날 예정이다. WP는 롬니 다음으로 유력 국무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줄리아니에 대해 “트럼프의 복제인간(clone)”이라고 평했다. 트럼프의 오랜 지기인 줄리아니는 트럼프의 반(反) 무슬림과 친(親) 러시아 입장 등과 관련해 동일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앞서 줄리아니는 16일 최고경영자(CEO)위원회 행사 연설에서 “트럼프 외교 1순위는 이슬람국가(IS) 격퇴가 될 것”이라고 강조하며 국무장관 직에 대한 욕심을 내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줄리아니는 외교 경험이 전무한데다 외국기업 로비 의혹 등으로 그의 국무장관 임명을 반대하는 여론이 거센 상황이다.
롬니와 줄리아니와 더불어 존 볼턴 전 유엔 주재 미국대사도 여전히 유력 후보다. 볼턴은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보수 외교정책을 추진한 ‘네오콘(신보수주의자)’ 중에서도 강경파로 꼽혔던 인물이다. NYT는 “미국 국무장관 청문회를 담당하는 상원 외교관계위원회는 강경보수파인 줄리아니와 볼턴의 국무장관 인준을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며 “국무장관 후보에서 롬니가 배제되면 트럼프의 고민은 더욱 복잡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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