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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령의 길 위의 이야기] 11월의 산타

입력
2016.11.20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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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를 키우면서 엄마들 커뮤니티에 드나드는 일은 일상이 되었다. 이유식을 만드는 것도 장난감을 고르는 것도 그곳에는 모든 대답이 다 있다. 며칠 전 어느 엄마가 올린 글이 있었다. 돈이 많다면 당장 사고 싶지만 그렇지도 못해 망설이는 물건이 뭐가 있을까 하는 시시한 질문이었다. 엄마들의 댓글이 이어졌다. 자주 아픈 아이에게 홍삼을 한 번 먹여보고 싶다는 엄마도 있었고 밤마다 아이들의 코가 빨개진다며 난방텐트가 갖고 싶다는 엄마도 있었다. 아이와 푹신하게 잠들 수 있는 두툼한 요가 갖고 싶다는 엄마도, 아기 겨울옷을 사주고 싶다는 엄마도 있었다. 그제야 보니 사별이나 이혼 등으로 홀로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엄마들의 게시판이었다. 미혼모들도 있었다. 어떤 엄마는 아이를 키우느라 자신이 쓸 화장품을 사보지 못했다고도 했고 아이만 챙기느라 늘 힘들었다며 자신이 먹을 영양제 한 번 사보고 싶다는 엄마도 있었다.

놀란 건 그 다음이었다. ‘호야둘’이라는 닉네임을 가진 엄마가 나타났다. “제가 산타 한 번 되어볼래요.” 그녀는 이불이 갖고 싶다는 엄마에게 이불을, 난방텐트가 갖고 싶다는 엄마에게 난방텐트를, 화장품을, 엄마의 영양제를, 또 전기매트를 선물하겠다고 했다. 거기다가 “우리 아이 홍삼 시키려고 했는데 거기서 30포 정도 나누어드릴게요.”라는 대답까지 덧붙여서 말이다. 이게 뭐지? 가만 들여다보니 ‘호야둘’도 아이를 둘 키우는 한부모 엄마였다. 어깨가 쪼그라드는 기분이었다. 이런 산타, 나는 처음 보았다. 얼굴도 알 리 없는 그들의 유대가 하도 예뻐서, 나는 춥지도 않은데 코가 빨개졌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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